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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간호 윤리를 묻다

간호 윤리, 어디서 시작될까?

by Ardor Nurse

“두 개의 알림 사이에서”

새벽 4시, 응급실 모니터의 “삐—” 소리가 꺼지기 무섭게 간호사 민지의 태블릿에 또 하나의 알림이 떴다.
“AI 예측 알고리즘: 30 분 내 저혈압 위험 높음.”
한쪽엔 민지의 임상 직감, 다른 쪽엔 데이터로 무장한 알고리즘. 이때 ‘누구의 판단을 따를 것인가?’라는 질문은 개인 선택을 넘어 간호 윤리의 주제가 된다.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간호사뿐 아니라 비(非)보건 전공자도 함께 고민해야 할 윤리적 화두가 생겼다.


1. 간호 윤리의 뿌리

간호 윤리는 오래전부터 네 가지 원칙 '자율성 존중, 무해성, 선행, 정의'에 ‘신뢰’와 ‘돌봄’을 더해 왔다. 2021년 개정된 ICN 간호사 윤리강령은 “기술과 과학의 진보는 환자의 안전·존엄·권리와 양립해야 한다”고 못 박는다. 이것이 AI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윤리 기준점이 된다.


2. AI가 가져올 빛과 그늘

세계보건기구(WHO)는 AI가 진단 정확도 향상·자원 최적화·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① 자율성 보호 ② 책임성 ③ 투명성 ④ 공평성 ⑤ 안전성 ⑥ 지속가능성의 여섯 원칙을 제시했다.
이 원칙들은 “AI는 사람을 돕기 위해 설계돼야 한다”는 대전제를 명확히 한다.


3. 핵심 윤리 쟁점 네 가지 쉽게 풀어보기

데이터 편향

2025년 Nature Medicine 연구에 따르면, AI 모델이 동일한 임상 정보에도 소득·인종에 따라 검사 권고를 달리했다. 실제 의료 불평등을 복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설명가능성(Explainability)

환자·보호자가 “왜 이 결정이 나왔는지” 이해해야 동의 권리가 보장된다.

책임 소재

예측 오류가 나면 간호사·개발자·병원 중 누가 책임질까? 법·제도적 공백이 남아 있다.

인간적 돌봄의 약화

로봇이 식사 보조를 한다면, ‘손 잡아주기’ 같은 정서적 접촉이 줄 가능성. 간호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


4. 국내·외 가이드라인 한눈에

OECD AI 원칙(2019, 2024수정): 인권·투명성·책임 등 5대 가치를 국제표준으로 채택.

WHO AI 윤리 지침(2021): 전 주기 윤리 검토 의무화.

ANA 미국간호협회 입장문(2022): “AI는 간호 지식을 보조할 뿐, 책임은 간호사에게 있다.”

한국연구재단 권고(2024): “생성형 AI 사용 시 투명성·책임성·연구윤리 점검” 가이드 발표.

5. AI 시대 간호사와 일반 독자를 위한 ‘윤리 체크리스트’

데이터 출처 묻기 – “어떤 집단 데이터로 학습했나요?”

설명 요구 – 전문용어 없이 쉽게 풀이된 결과를 받을 권리.

이중 확인 – AI 경고음을 임상 판단으로 교차검증.

피드백 루프 – 편향·오류 발견 시 즉시 보고·개선 요구.

인간적 접촉 유지 – 기계가 대신할수록 “눈 맞추기·손 잡기”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리기.


“기술은 난간, 우리는 길을 걷는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간호의 본질 '공감·책임·인간 존중'은 더 선명해진다. 윤리는 기술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미끄러운 절벽 위에서도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난간이다. 간호사와 일반 시민이 함께 윤리 체크리스트를 점검하고 AI 결정에 ‘사람의 눈과 마음’을 더한다면 우리는 기술과 손잡고 더 공평하고 따뜻한 의료 세상으로 걸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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