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na Cho May 27. 2024

넌 자유야

풀냄새, 흙냄새 맡는 좋아하는

토리를 위해서 금요일에 퇴근하고

저녁 8시쯤 아산 언니네 텃밭에 갔다.

금요일 늦은 시간 출발이다 보니,

고속도로에 차는 많긴 했는데 밀릴 정도는

아니어서 크게 정체는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밤 운전이 예전에 비해

훨씬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토리는 차 타는 걸 좋아해서,

약 편도 2시간 거리를 힘들어하진

않는데, 내가 피곤하다;;... 하지만

매번 아스팔트 위를 산책하는 토리를 위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라도 금요일에

퇴근을 하고 언니랑 같이 시골집에 간다.


처음에 시골밭에 풀어놨을 때는 풀자마자

어디론가 막 달려가서 걱정되는 마음에

발 빠른 조카가 뒤따라 가곤  했었는데,

이젠 풀어놔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자기 소변보고 싶을 때만 

집 언저리를 돌거나 밭고랑을 돌며 흙냄새를

맡고, 쉬도 하고 꼭 내 옆으로  돌아온다.


매일 내가 출근하면 혼자 있거나, 나랑

둘이 있거나 하다가 언니들과 함께

시골밭에서 목줄 한 번 메지 않고도

가만히 있는 토리를 보면 가끔 안쓰러울

도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 먹으면 남의 밭까지 멀리 갈 수 있는 

상황인데도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말이다.

토리야 엄마 허리가 휘는데 옆으로 좀 비켜주면 안되겠니?!...

그런 토리가 한 번 정도 이탈을 할 때가 있는데,

목줄을 하고 집 밖을 산책할 때 아랫집에서

묶어 놓고 키우는 흰 강아지를 좋아해서

시골에 올 때마다 인사를 시켜주곤 했었는데,

이젠 자기 혼자서 앞집으로 마실을 다녀온다.


토리가 보이지 않을 때면 당연히 아랫집 흰둥이와

토리 노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거기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그

강아지는 오래전부터 봐왔기 때문에

서로 입질이나 공격성은  없는 걸 알고 있어

내버려 두면 한몇 분간을 서로 그렇게 인사를

나누나 토리는 곧 집으로 돌아온다.


한 번은 나 없이 둘이 뭐하는지 보려고

가봤더니 서로 냄새 맡으면서 토리는

흰둥이 주변을 왔다 갔다 하고 있고,

그 아랫집 강아지는 긴 쇠사슬에 묶여 있는

 자신의 가동범위 안에서 토리에게

다가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강아지가 토리를 보고 펄쩍펄쩍

때마다 털이 한 뭉치씩 날렸고, 바닥에도

털이 한 뭉치씩 떨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무게는 한 30킬로 정도 되어

보이는 흰 강아지는 등에 털이 한 뭉치씩

빠진 곳이 듬성듬성 보였다.


순간 무슨 병이라도 있어 토리한테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그 강아지가 안타까워졌다.

얘기 듣기론 그 집에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서 누워 계시고, 딸이 같이 살면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흰둥이 집이나 주변을 봐도 강아지한테까지

신경을 쓰는 거 같진 않았다.

이럴 거면 그냥 키우지 말지란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서 내가 그 따님을

불러내서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리가 불편한 나는 30킬로 넘는 강아지를 잡고 

한 걸음도 걸을 수없는 형편이니, 그냥 조용히

토리를 데리고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그 옆옆 집에서 또 묶어

놓은 채 키우는 토리보다 훨씬 큰 강아지가

토리 냄새를 맡았는지 기  시작하니까

토리는 이내 그 개한테로 달려갔는데, 

강아지가 무섭게  짖으면서 토리한테

달려오려고 안감힘을 쓰자 토리는 아랫집

강아지한테 다가갔던 거처럼 다가가지

않고, 주변에서 지켜보고만 있다가

나한테로 왔다. 

토리가 상황판단을 아주 잘하는 거 같아 

안심이 되었다.

언니는 토리가 비닐 찢는다고 잔소리 중...그치만 토리는 그러지 않아요~~

다시 집으로 와서 토리와 밖에 앉아서

햇살을 쬐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집 앞을

지나갈 때 토리가 막 짖기 시작했다, 평소

서울 집이라면 사람을 보고 짖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짖는 걸 보면서

이래서 시골에서 집집마다 큰 개를 집 

앞에다가 묶어놓고 키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마음으로 동물을

대할 순 없지만, 모든 살아있는 생명에는

최소한의 존중과 자유를 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통제하에 있는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당연히 남한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가져야 하지만,

가끔은 동물보다 못한 본성으로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게 문제이고,

내가 시골에서 보는 개들이 한 번쯤은

주인통솔하에서 산책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랫집에 있는 흰둥이의 쇠사슬의

녹 상태로 봐서는 흰둥이는 번도 

쇠사슬에서 자유로워 던 적이 없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벌써 5월말이고, 담장넘어 장미꽃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토리야 꽃길만 걷자~!!

그런 반면에 나는 토리가 다칠까 봐,

뭐라도 잘못된 걸 주워 먹을까 산책 때마다 

사주경계를 하면서 눈에서 쏟아지는 

레이저가(?) 토리에겐 또 다른 쇠사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어디까지 토리에 대한

마음을 내려놔야 할지 생각을 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리야 너 그러다 사람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