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na Cho Jun 10. 2024

나만 잘한다고 바뀌는 게 있을까요?!...

우리 집은 빌라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어서

집에 가려면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가야

한다. 돌고 도는 골목길에도 양쪽에 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또 문밖으로 내놓은 짐들도

있다 보니 늘 골목길을 지나갈 때는

긴장을 하고 운전을 하게 된다.


어느 날은 아침에 바삐 출근을 하는데, 별다른

표시도 없이 골목 끝에서 길을 막고

어느 집 옥상에 공사를 하는지 커다란 

사다리차가 공사물품을 옥상으로 올리고 있었다, 

덕분에 그 길만 빠져나오면 큰길로 바로 갈 수 

있는 것을, 나는 차 덕분에  온 길을 다시 

갔어야만 했는데, 길이 좁다 보니 차를 돌릴 수도 

없어서  후진으로 돌고 돌아 나가서 출근을 

하는데,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미안하단 

한 마디  없이 무조건 돌아가라는 말만 되풀이 

한 것에  대해 갑자기 아침부터  화가 

치밀어 오른 적도 있었다.


그나마 이런 일들은 가끔 마주하는 일들이지만,

소소하게 골목길에서 늘 마주치는 일들은 좁은

길을 가는데 앞에 걸어가는 사람이 차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길 가운데로 차를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천천히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우리 동네에는 손수레를 끌며 폐지 

줍는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이 또 길 중간에 

리어카를 세워놓고 작업을 하고 계시면 

또 나는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뭐 퇴근길이거나, 바쁜 일이 아니면 상관없는데 

이 분들을 만나는 건 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출근하는 이른 아침이다..... 

그렇다고 좁은 골목길에서 경적음을 낼 수도 

없는 거고 나는 그저 차 안에서 그분들이 

빨리 정리하기만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은 답답한 마음에 그분들이

하시는 일을 좀 자세히 살펴보니,

동네가 빌라가 많은 골목길이다 보니

따로 재활용하는 곳이 있지 않아서 자신의

집 앞에 너저분하게 쓰레기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한 할머니 어느 집 앞에

내놓은 박스를 가져가기 위해 박스 안에

가득 찬 쓰레기를 꺼내 놓으시는데,

그 박스 안에는 온갖 쓰레기가 들어있고,

심지어 종량제 봉투도 아닌 흰색 커다란

김장봉투에 김치국물 같은 게 족히 

두 바가지이상은 담겨 버려져 있었다. 

정말 할머니가 박스 안에서 맨손으로 

그 빨간색 국물이 담긴 김장봉투를 들어 

올릴 땐 정말 차 안에서 혼자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할머니는 그것을 다른 봉투에 한 번 더

넣어 꼭 묶어  그 박스가 있던 자리에

놓으신 뒤, 할머니한테는 그런 일이

뭐 나처럼 탄식이 나올 일은 아니란 듯이

아무 런치 않게 박스를 챙겨 자리를 옮기셨다.


정말 어떻게 인생을 살면  김치국물

하나 버리는 소소한(?) 규칙도 어기면서

저렇게 비상식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로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라 토리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골목골목에 강아지 배변 봉투를 아무 데나

던져놓고 떠나는 견주들을 자주 본다.

물론 배변 처리를 하지 않고 가는 경우도 자주

있는 일이고 말이다.

배변처리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가는 견주들은 정말 본인의 반려견을

사랑하는 게 맞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골목길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늘 일어나서 골목길을 들어설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 불쑥불쑥 갈림길이나,

골목 끝에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며, 자동차,

자전거 등이 늘 토리와 함께 산책을 할 때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길에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진 담배꽁초, 깨진 유리조각,

힘껏 뱉어놓은 가래침까지.....


왜 우리는 충분히 안전하고 깨끗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이렇게 지저분하고,

위협적으로 만드는지 한 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어제랑 안 똑같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