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풍경 Jul 12. 2022

신경 다양성과 자폐 권리 운동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이해하다


    최근 딸아이가 "엄마 자폐가 뭐야?"라고 물어 웬일이냐 했더니, 반 친구 한 명이 자폐스펙트럼 장애라고 합니다. "사회에서 약속된 방식, 눈빛과 표정, 말과 행동으로 다른 이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에 대해 알리는 게 힘들어. 감정을 주고받고 통하는 게 잘 안되고 어려운 거야. 태어날 때부터 어릴 때부터 그런 거야. 뇌가 주변을 받아들이고 일하는 방식이 특별해서, 좀 달라서."  잘 설명한 걸까요? 최대한 단어를 신중히 선택하고자 애썼는데... 


TED 강연을 통해 자폐 권리 운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되어 이후로 관련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어요. 그러며 든 생각이 자폐에 대한 정보가 이전보다 열려있지만, 국내에서 신경 다양성은 아직 낯선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에요. 자폐증에 대한 논쟁은 자폐인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정신질환이나 병으로 보는 고전적인 견해에 대항하여 서구권에서는 자폐 당사자의 인권 존중을 위한 사회운동이 80년대부터 있어왔습니다. 자폐권과 신경 다양성 개념은 깊은 연관성이 있고요. 저와 제 아이가 반 친구이기도 한 이웃을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오늘은 자폐를 바라보는 두 관점을 요약하고 신경 다양성에 대해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고전적 견해: "자폐는 병리적 장애"


전통적으로 자폐는 병이자 장애로 정의되어왔습니다. 이는 자폐인이 '비정상'이며 '아프다'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지요. 그에 따르면 당연히 자폐 특유의 증상은 치료 및 교정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 입장에서는 자폐인 특유의 행동 증상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치료 기법을  참고로 해왔습니다. 오티즘 스픽스 Autism Speaks, 미국자폐연구소 Autism Research Institute 가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대표적인 단체입니다. 이들은 자폐 당사자보다는 주변인, 관계자 입장을 대변할 뿐이라며 구미권 등의 자폐 당사자와 신경 다양성 운동 지지자들에게  비판받아왔어요. 아무래도 지지층 및 후원자 대부분이 자폐아 학부모이다 보니 보수적 색채를 띨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4월 2일을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로 지정하여 Light Up Blue 캠페인을 벌여왔고 백악관도 동참하여 푸른 조명을 건물에 비춰왔으나 2011년부터 하지 않고 있습니다(도널드 트럼프 시절 잠시 부활). 서구권의 장애인권 단체로부터 자폐 당사자의 입장과 형편을 고려치 않는 행보를 지속적으로 비판받아 왔는데 이 때문인 듯해요. 근래 여론은 자폐 증상을 교정의 대상으로 삼는 게 자폐 당사자들에게 학대라 할 정도의 고통이며 차별로, 온당치 않다는 성토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반대 입장: 신경 다양성 개념과 자폐인 권리 운동 

                   Autism Rights Movement, ARM



고전적인 치료 옹호 관점을 반대하는 무리는 신경 다양성 개념을 지지하고 치료 반대 관점을 취하는데요. 이 사회적 운동은 2015년 시작된 워크 인 레드 Walk in red 운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해요. 자폐 권리 운동가, 자폐권 얼라이(자폐권을 지지하는 비자폐인)를 아우르는 이 그룹은 SNS에서 #Redinstead 해시태그를 사용하며 병리학적 견해에 맞서 왔습니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ARM얼라이라고 하네요. 자폐 당사자들은 시혜적이고 비당사자 주도의 기념행사인 4월 2일의 Light Up Blue에 반하여 6월 18일을 Autistic Pride Day로 지정하여 기념한다고 합니다. 신경 다양성의 범주는 자폐뿐 아니라 아스퍼거, 난독증, ADHD 등까지도 아우르나, 권익운동을 견인하는 당사자 계층은 지금까지는 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인들이었어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의 장애, 반복되고 특정 대상에 집중되는 관심과 상동 행동이 증상입니다.




신경 다양성 神經多樣性, Neurodiversity 이란?


자폐 권리 운동의 근거 이론이자 신념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비롯 뇌신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발달장애들을 신경학적 '다름'의 현상으로 인식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장애-비장애 또는 정상-비정상이 아닌 신경 다양인과 신경 전형인(또는 신경 정상인으로 번역) Neurotypical (NT)으로 구분해요. 이들이 사회적 소수이기에 무시당하고 차별당하나 분명 신경 다양인은 NT와 다른  재능의 소유자들이며, 이들 역시 사회에 기여하고 의미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해요. 특히 천재성과 자폐성향의 뇌 운용시스템이 동질선 상에 있음을 지적하며 신경학적 진화의 결과가 자폐스펙트럼 장애 Autism Spectrum Disorders  ASD라고까지 이야기하죠. 


사실 뉴턴, 아인슈타인, 비트겐슈타인, 오웰, 베토벤, 모차르트, 안데르센, 칸트 등이 ASD를 가지고 있었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마이클 피츠제럴드, 아일랜드 트리니티 대학). 또한 헨리 캐번디시(수소를 발견한 영국의 화학&물리학자) Henry Cavendish, 폴 디랙(양자역학 및 양자 전기역학 탄생에 기여, 이론 물리학자)  Paul Adrien Maurice Dirac, 니콜라 테슬라 (미국의 발명가이자 공학자. 상업 전기 발전에 기여)  Nikola Tesla, 비트겐슈타인 (분석철학을 대표함. 버트란트 러셀, 칸트 등에게 영향을 미침, 철학자) 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 휴고 건즈백 (과학소설 분야의 시초. 미국 소설가이자 편집자)  Hugo Gernsback과 같은 인물들 역시 그렇다고 해요(스티븐 실버만, '뉴로트라이브', 알마, 2018). 신경 다양성 개념을 지지하는 인권 운동가 및 단체들은 당사자에게 사회에 맞추도록 강요나 억압할 게 아니라 사회가 이들을 이해하고 일원으로 받아들이도록 요구합니다. 또한 사회가 신경 다양인이 편안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면 돌발행동이나 패닉 등 문제를 예방할 수 있기에 배려나 지원이 필요할 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반향어나 상동 행동 등 증상을 교정하려는 것은 차별이라고 봅니다.


비정상이 아닌 개성,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야기하는 신경 다양성.

따라서 신경 다양성에서 비롯된 행동 특징을 교정하기보다는 사회적 다수인 NT들이 이해 및 수용하라는 것이죠. 발달장애인의 행동수정 요법으로 행해지고 있는 응용 행동 분석 Applied Behavior Analysis, 즉 ABA치료는 물론이고 NT의 기준에 맞춰 신경 다양인의 행동방식을 중재하려는 시도를 거부해왔습니다. 이를 신경 다양인의 특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죠. 단 자폐권을 차치하고라도 ABA치료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아져(행동교정 효과가 없다는 것이 아님) 서구권에서는 이 치료법을 지양하는 편이라 합니다. 다만 국내 사정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그들이 ABA를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하시면 검색을 좀 해보시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안에서도 치료에 대한 온도차는 존재하는데 모든 치료적 행위를 거부하는 무리와 신경 다양인 당사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영역에 대하여 사회적 지원이 필요함을 인정하는 입장이 있답니다. 다만 당사자들에게 지원과 지지의 형태로 제공하라는 것이지 NT의 입장과 기준에 맞춰 신경 다양성 자체를 억압하고 소거하는 데는 여전히 반대합니다. 신경 다양성이 국내에는 개념 자체는 소개되었으나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편으로, 이를 근본이념으로 하여 활동을 펼치는 운동가나 집단은 아직까지는 없는 걸로 알아요. 단 자폐 당사자들로 이뤄진 자조집단은 있습니다. 2013년 결성된 에스타스 Estas이고요, 여기에 가입을 하려면 18세 이상의 자폐스펙트럼 장애 당사자여야 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은 알아보실 수 있어요. 





ARM 측 인사 가운데에도 지적장애와 조현병이 신경 다양성 범주에 들어가느냐는 것에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듯하고, 치료에 대한 입장 차이도 각기 있어 딱 결론 내리기에는 어렵습니다. 다만 온라인 게시판과 채팅창 등에서 '자폐'나 '~스퍼거' 단어를 사용하며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혐오나 비하의 정서를 내비치는 이가 최근까지도 숱하고 공인조차 이런 어조의 발언을 하여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나요. 이런 조국의 현실에, 그저 '저렇게 볼 수 있는 거다, 보다 인식의 장을 넓혀보자'라고 목소리 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신질환자의 머릿속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