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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풍경 Oct 05. 2022

프라이드 있는 삶

한 불치병 환자의 사는 방식- '클레어 와인랜드'

행복한 삶 vs 프라이드 있는 삶


   행복과 건강은 삶을 영위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가 추구할 것들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반드시 행복'하고 '반드시 완치'되려고 이러저러한 것들을 추구하고 쫓는 것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 주어지는 게 사실이지요. 우리가 위로의 말로 사용하기를 즐기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소망 어린 전망이 적용되지 않는, 막막한 아픔이 몫으로 주어진 삶은 도처에 있습니다. 그런 삶 앞에 설 때 우리는 당황스러우며 할 말이 없어집니다. 그렇게 묵직한 인생을 견뎌가고 있는 분들에게 한 사람을 소개합니다.


클레어 와인랜드 생전의 모습 (출처:  Invisible No More)


여기에 행복보다 자존감을, 완치보다 영감을 나누는 삶을, 고통을 수긍하는 대신 자부심을 느끼는 삶을 이야기한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저명한 학자가 아닙니다. 연예인이나 공인도 아닙니다. 미국의 갓 성인이 된 젊은 여성이자 불치병 환자인 클레어 와인랜드 Claire Wineland 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병과 평생 싸워 온 고통스러운 삶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촛불처럼 태워 올려 대중에게 빛을 비추어 주었고, 조금 빨리 세상을 떠났더랬습니다. 그녀가 나누고자 한 것은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 아닌, 고통 가운데에서도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였지요. 




한 난치병 환자가 알려 준 삶의 방식-클레어 와인랜드 Claire Wineland


   클레어 와인랜드, 2018년 2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그녀는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10세까지의 시한부 선고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클레어는 10세를 넘겼고 13세에 죽음의 위기를 이겨냈으며 16세, 18세, 20세... 로서의 삶을 살아나갔습니다. 살아남기는 했지만 그녀의 매일은 고통과 아픔 가운데 놓여있었어요. 생의 4분의 1을 병실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고 시간의 대부분을 자기 관리와 호흡 훈련 등 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순간들로 채워 넣어야만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그녀는 병실을 자신의 방처럼 꾸미고 요가와 기타 연주, 노래 등 취미를 찾아 즐기고 병실 유튜브를 찍어 지구촌의 만성질환자와 희귀 병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강한 이들에게도 감동을 전했으며 재단을 설립하여 그녀와 같은 병을 앓는 이들에게 꾸준히 지원을 해왔습니다. 또한 12세 첫 강연을 시작으로 TEDx 등 수많은 강연에 섰고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답니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실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아무리 인생에서 고통받고 시달리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겪게 되는 복잡하고 역겨운 감정을 겪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자랑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전 괴롭지만 괜찮을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괴롭지만 무언가를 얻는 거죠. 삶의 질은 건강이나 돈으로 정해지는 게 절대 아니에요.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순간을 경험한 후에 거기서 무얼 얻어내느냐에 달린 거죠. 이 순간으로부터 무엇을 이루어내고 무엇을 해내는지가 중요하단 거지요.



갑자기 깨달은 거예요. 지금의 제가 어렸을 적 제 자신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요. 병을 부정하지 않고, 고통을 감추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제 경험을 바탕으로 뭔가를 베풀었어요. 뭔가를 하고 있었죠. 어린 제 자신이 자랑스럽게 여겼을 법한 인생을 살고 있던 거예요. 그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예요. 행복해지는 게 다가 아니에요. 그렇죠? 인생은 그저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잖아요. 솔직히 행복이란 건 뇌에서 일으키는 도파민 반응이에요.



삶에는 행복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삶은 감정이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같지요. 괜찮다가도 갑자기 외롭고 슬퍼지고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요. 자존감과 베풂에 있어 깊은 자부심을 느끼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그게 훨씬 더 영향력 있고 깊기 때문이에요. 행복하고 즐거운 것보다 말이에요.



영상 전체: TEDx https://youtu.be/HH3m1OSiOT0

출처: TEDx 유튜브 채널


   자부심을 느끼는 삶도 행복한 삶의 한 종류일 수 있다고 말한 그녀. 그녀가 행복을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클레어는 세상이 강조하고 들이대며 조건화한 그 "행복"을 쫓느라 더 좋은 것을 놓치는 실수에 대해 경종을 울려준 겁니다. 클레어 와인랜드의 메시지는 뭔가를 갖추고 획득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내몰려 달리지만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키지요. 그리고 환경이 나아지리란 희망이 없는 상황의 이를테면 불치병이나 시한부의 삶에도 힘을 실어줍니다. "병이 나아야만 긍정될 삶인가?",  "불치병인데 완치가 안 되면 나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가?",  "고통과 동행하는 일상이 끝날 기미가 없는데 나는 실패한 인생인가?",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난 그냥 불쌍한 인생에서 시작해 불쌍한 인생으로 끝나는 건가?"와 같은 수많은 질문들, 어쩌면 클레어가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거듭 되씹었을 존재와 의미에 대한 의문들. 그녀는 자신이 얻은 것들을 나누어 주고 떠났습니다.


그녀가 알려 준 '자신에게 떳떳한 한 사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인생'으로 남는 일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나 스스로 힘과 열심을 낸다고 그것만으로 될 바는 아닌 듯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한 마디, "나 스스로에게 프라이드를 가지는 삶"이라는 한 구절이 너무나 마음에 크게 부딪혀 와, 재차 새겨보는 오늘입니다.






*낭포성 섬유증이란?


이 병은 내분비계 유전병으로 점액이 지나치게 끈적이게 만들어지고 배출은 어렵게 되면서 폐, 부비동, 췌장, 생식기, 땀샘 등 신체 기관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다. 상염색체의 열성 유전으로 발생하며 보인자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질병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백인에게 주로 나타나며 미국의 낭포성 섬유증 질환자는 3만여 명이라고 한다. 폐에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치명적이라고 하는데 클레어의 케이스도 폐가 큰 문제였고 사망도 폐이식 수술 후유증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녀는 21세에 폐이식 수술이 성공했음에도 뇌에 생긴 혈전으로 인해 일주일 만에 사망한다. 사망 후에 그녀의 장기는 기증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제약계 뉴스를 검색하여 보니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연속하여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 연구 개발 소식이 연달아 있는데 그녀가 몇 년만 더 버텼더라면 어땠을까. 하지만 그녀는 TED 강연에서 치료제 소식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이미 밝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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