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변신>은 어느 날 벌레가 된 그레고르를 둘러싼 가족 이야기다. 산업화 이후 가족의 붕괴를 그린 작품으로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예리한 칼끝이 고통과 통찰 더 해준다.
가족은 경제, 교육, 돌봄, 휴식, 요리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교육은 학교와 사교육으로, 돌봄은 병원과 요양원으로, 경제는 돈을 버는 사람에게, 요리와 청소는 즉석 음식, 기계들이 대신하고 있지만 어느 기능하나 완벽하게 독립되지 못한 불완전 변태에 멈춰 있다.
사회의 모순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인내하며 가르치고 키워내는 것이 이상적 가족의 모습이지만 현실속 모습은 다양하다. 모든 조직에 서열이 존재하는 것처럼 가족에도 더 평등한 이는 있다. 절대 권력을 가진 할아버지, 할머니도 건강, 경제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하고, 고3 수험생이 권력의 일인자로 올라가기도 한다. 긴 시간을 두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나이가 들면 감각과 행동반경이 줄고 타인에게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는, 주인공 그레고르처럼 벌레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가족에게 벌레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고, 때로는 벌레를 방치했을 수도 있다. 카프카의 변신이 비극인 이유는 그레고르 잠자 스스로가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남은 세 가족은 소풍을 떠나고 부부는 딸이 결혼할 때가 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아들을 버렸던 그들은 누군가 불필요한 존재가 되면 어떻게 행동할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천국행 면죄부는 어디에도 없다.
식구 중 누군가 아프다면 나는 그를 어떻게 존중해야 할 까. 내가 아프면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작은 벌레, 그레고르의 무게가 나의 마음을 누른다.
나는 때때로 벌레였고, 죽어가는 벌레를 지켜보기도 했으며, 심지어 벌레를 죽일지도 모른다.
카프카가 던지는 질문은 집안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가족 구성원으로 존재가 지워지는 것을 넘어, 누구나 그레고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