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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기이이린 Nov 11. 2021

당신에게는 "꿈"이 있나요?

자소서를 쓰다가 현타 와서 써보는 에세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교류하고 경쟁하고 부닥치며 살아가는 이 뜨거운 용광로 같은 현실 속에서, 모두는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 수많은 꿈들은 모두 자신들이 꾸는 꿈일까 아니면 남들이 꿔주는 꿈일까? 그 꿈들은 모두 누구를 위한 꿈일까? 그 수많은 꿈 가운데 내가 가진 꿈을 놓으면 어떨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힘들 정도로 작고 부끄러울까? 아니면 푸흡하고 비웃음이라도 당할 정도로 거대할까?


내일까지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를 노려보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입니다. 참 웃기는 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도 별로 관심 없었던 남들의 꿈이 20대 후반의 나이에 궁금해지다니. 하루하루 나이가 먹어가는 백수다 보니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남들의 꿈에도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죠.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제 꿈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과연 저에게 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남들에게 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들에게 꿈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요? 


앞서 말했듯 어렸을 때부터 제게는 큰 꿈이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급 친구들은 위인전에 있는 누구를 롤모델로 삼느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니 하는 말들을 열심히 발표해댔지만 저에게는 솔직히 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냥 적당히 살고 싶었습니다. 위대한 누군가가 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남을 크게 이롭게 할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 안에서 선을 넘지 않은 채 착실히 살기만을 바랬습니다. 초등학교를 가고, 중학교를 가고, 고등학교를 가면서도 그런 생각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저 학생으로서 적당히 공부하고, 친구들과 적당히 놀며 지냈습니다. 당연히 성적도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저는 제 스스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저에게 공부란 그저 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적당히 해야 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성적이 잘 나온다면 기분은 좋지만, 그것이 제 인생의 목표나 큰 꿈을 위한 발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제게는 어떤 삶을 살아야겠다는 구체적인 꿈이 없었으니까요. 학생인 저에게 인생의 목표란 그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단순하게 그리고 소소하게 행복을 챙기며 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저 게임에서 아이템 하나 먹으면 기뻐하고, 힘든 기말고사를 끝낸 후 맞이할 방학을 기대하며 사는 그저 평범한 삶이 제게 전부였으니까요. 실제로 수능을 마치고, 대학에 원서를 넣을 때까지도 저는 저만의 꿈을 찾지 못했고, 단순히 소설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국문과에 원서를 넣게 됩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여전히 큰 꿈은 없었습니다. 간신히 인서울 국문과에 진학해 대학생활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꿈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학교 공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고 문학에 대한 관심도 서서히 말라갔습니다. 꿈이 없으니 크게 노력할 일도 없거니와 대학생활도 특별한 일 없이 그저 흘러가듯 보냈습니다.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보고, 게임 대회에 참가해 방송도 나가보고, 국토대장정과 같은 큰 도전들도 한 번씩 해보기는 했지만 그것이 제 꿈을 만들어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르바이트도 결국 돈이 필요해서 한 것뿐이었고 게임 대회도, 국토대장정도 그저 호기심에 해본 것뿐이었습니다. 그곳에 어떤 꿈도, 열정도 들어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학점과 씨름하고 아르바이트와 씨름하는 사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저는 3학년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꿈을 찾기 위한 아무런 노력도 없이 3학년을 마친 저는 제 인생에 되돌릴 수 없는 큰 선택을 하나 하게 됩니다. 법원직 공무원에 도전하기 위해 학교를 휴학한 것입니다. 꿈을 가져본 적이 없던 저는 공무원이 잘 맞는 직업이라고 자신했고, 그렇기에 큰 고민 없이 노량진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법원직 공무원에 도전했을 때, 그런 질문을 했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 바뀌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공무원은 정말 나에게 있어서 꿈일까? 하지만 저는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공무원이란 먹고살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서울 인문대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있는, 특별할 거 하나 없는 제 삶에서 적당히 먹고살 수 있는 최고의 직장이 공무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도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틀린 사실은 아니었지만, 결코 공무원이 제 꿈은 아니었습니다. 반드시 법원직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열정도 없었지만 그래도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공무원을 도전했습니다.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었을까요? 공무원 시험에서 저는 턱걸이로 떨어졌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한 번만 더 해보자. 인원이 줄든 어쩌든 열심히만 하면 불가능은 없다를 가슴속에 새기며 계속 덤벼들었습니다. 그렇게 3년이 지났습니다. 3년간 정말 열심히 공부했지만 저는 매년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3년간의 노력을 뒤로한 채 공무원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3년간 준비한 공무원을 떨어진 후 최악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완전히 자존감이 바닥을 쳐 아무도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어두컴컴한 독방에 나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두운 시간들 안에서 저에게는 꿈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누워있는 저에게 하고 싶은 일들이 마구마구 떠오르기 시작했고, 미친 듯이 열정을 불태워 보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잠을 줄이면서까지 도전해보고 싶은 대외 활동들이 생겼고, 밤을 새우면서까지 만들어보고 싶은 유튜브 콘텐츠가 생겼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열정이 생겨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쓴 경험을 해봤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해탈해버린 것일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는 다시 눈을 떴습니다. 어두운 과거를 뒤로 넘겨버리고 꿈과 열정이 가득 찬 마음을 안고 저는 일어섰습니다. 그렇게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저는 지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껏 내 인생에 꿈이라는 단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적당히 먹고사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20대 후반에 와서야 저에게는 분명한 꿈, 분명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바로 남들이 좋아할 수 있고, 즐거워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마케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꿈입니다. 대중들이 반응해주는 콘텐츠를 만들며 느끼는 즐거움이 저로 하여금 열정을 불태우고 몰입하게 만듭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되다니. 왜 진작에 시도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생깁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시작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늦은 나이지만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금 나아가 보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제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실패를 겪어봤기에 또다시 실패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큽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이렇게 몰두한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게 된 만큼 현재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열정만은 누구보다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 열정을 간직한 채 누구보다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 나가고 싶습니다. 남들이 누구나 매력적으로 느끼고 인정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마케터로서 우뚝 서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자소서 써서 보내고 싶다 그냥... 쓰기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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