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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아바초코송이 Aug 09. 2024

왜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할까?

나 자신이 되는 것이 뭐가 그렇게 문제인가

홍콩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홍콩인 회사 동료 K양이 어느 날 물었다.


"사람들이 나보고 한국인같이 생겼대. 너는 한국인이잖아. 네 생각도 그래?"


K양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기를 바라며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전형적인 홍콩 스타일링을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실망한 표정으로 본인이 한국에 갔을 때 경복궁 안에서 대여한 한복을 입고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이래도 한국인같이 안 보이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좋고 나쁜 답변이 없지 않나.


그리고 나는 말했다.


너의 스타일링인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는 정말 홍콩 여자 같아.


홍콩인이 홍콩인 같다는데, 그렇게 기분 나빠할 수가 없었다. 세상 화난 표정으로 있는 힘껏 부정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케이팝과 K-드라마 열풍으로 한국의 위상이 무서운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한국에 대해서 홍콩 사람들은 무조건 좋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한국 여자들은 무조건 피부가 좋고 스타일리시하며 예쁘고, 남자들은 키가 크고 잘생겼다.

한국 사람들은 매운 걸 무조건 잘 먹고, 술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은 춤을 잘 추고, 명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돈이 많을 것이다.

특히, 홍콩에서 살고 있다면 부모가 부자일 것이다.


이렇게 어딘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어떻게 보면 홍콩에서 살면서 이득이 될 때도 많지만 불편하고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또 한 명의 뼛속까지 홍콩인인 친구 Y양이 어느 날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방금 누가 나보고 서양인 바이브래. 너무 기분 좋아!"


동양인의 눈매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속눈썹을 붙이고, 머리를 최대한 노랗게 밝히고, 있는 힘껏 "서구적인" 느낌으로 옷을 입으려고 노력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이다. 


어딘가 퍼즐이 잘못 맞춰진 느낌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사람들을 더 깊이 알아갈수록 사람을 사람으로 보게 되지, 한국인 1, 중국인 1, 말레이시아인 1로 보지 않게 된다. 


자기소개를 할 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나를 보는 시선이 확 달라짐을 느낀다. 갑자기 무슨 대단한 사람을 보듯이 호의적인 애티튜드로 고친다. 나는 그게 영 불편하다. 그냥 사람으로 나를 알아갔으면 하지, 나에게 특정한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도 분명 그런 게 있을 것이다.


저 사람은 어느 학교를 나왔다더라 - 그럼 똑똑하겠네, 못 배웠겠네.
걔 남자친구는 어느 나라 사람이래 - 그럼 돈이 없겠네, 데이트 비용은 어떻게 한대?
저 사람은 아빠가 뭘 하신대 - 그럼 쟤는 먹고살 걱정 없겠다, 학비는 어떻게 대는 거래?


우리는 왜 이렇게 단정 짓는 것을 좋아할까?


내가 어떻게 생겼던, 어떤 피부색을 가졌던, 삶에서 어떤 길을 걸어왔던, 나름의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흔해빠진 "다양성 존중"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누가 더 낫고 못하고에 대한 고민을 그만두자는 것이다.

정신없는 퇴근길. 빨리 집으로 돌아가 내일 아침 출근까지 남은 소중한 자유를 만끽하려는 발걸음들이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갈라지는 형태로 연재를 할 예정이니 저의 구독자가 되어 꾸준히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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