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아바초코송이 Aug 09. 2024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법 - 3

땅에 엎드려 구걸하는 거지를 본 당신, 그냥 지나칠 것인가?

사람은 주변인으로부터 참 많은 영향을 받는다.

생각을 해보라- 당신의 친구들, 가족들, 혹은 연인이 얼마나 당신을 크고 작게 바꿔왔는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남자친구 C군을 만나면서 (그에 대한 내용은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법-2에 더 있다.) 적어도 사람을 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


홍콩에 살다 보면 기가 많이 빨린다. 정말 바쁘고, 인구 밀집도는 너무 높고, 길은 너무 좁은데, 빽빽한 차들 창문 옆으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아스팔트 아지랑이가 보인다.


가장 정신없는 지역 중 하나인 Mong Kok (몽콕)에 가면 사거리가 있는데, 그 사이에는 항상 엎드려 구걸하시는 분들이 많다. 1시간을 몽콕에서 보낸다고 치면, 적어도 5명의 홈리스를 보게 된다. 때로는 빽빽한 사람 사이로 엎드려 계셔서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피부가 썩어있는 분들은 잘못 밟혀버릴 것 같기도 하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구걸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불구가 된 몸으로 뜨개질을 하거나 작은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도 있다.


C군과 길을 걷다 보면 아무리 약속에 늦어도, 땀범벅이 되어 불쾌지수가 높아져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작은 돗자리 위에서 파는 인형인지 소품인지 모르겠는 것들을 묻지도 않고 그냥 산다. 구걸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동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있는 동전을 다 드린다. 본인이 동전이 남은 게 없으면 나에게 동전 좀 있느냐고 묻는다.


그분들한테 5천 원을 준다고 쳐보자.

5천 원이면 아이스크림이 몇 개야.


그런데,

그 아이스크림 좀 안 먹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5천 원이 내 지갑에서 나온 돈인데, 조금 일하면 내일 5천 원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가?

그 5천 원으로 저분은 하루를 굶을 수도,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주변에 참 까칠한 동료 K양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다.

너는 홍콩에서 평생을 살았는데, 구걸하시는 분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느냐고.


"사기꾼이면 어떡해.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해. 당연히 그냥 지나쳐야지."


그런 생각은 접어두어도 된다. 물론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니지만, 세상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자.

중국 여행을 갔을 때 먹은 아이스크림이다. 인공적이지만 상쾌한 청포도향이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때로는 이어지고 때로는 갈라지는 형태로 연재를 할 예정이니 저의 구독자가 되어 꾸준히 읽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
작가의 이전글 타인에게 친절해지는 법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