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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고리 Aug 31. 2022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고리의 일상 속 생각


하늘을 보니 구름이 그림 같아요. 이런 날은 사진을 찍어 두어야 하는데, 방에서 보는 하늘은 방충망 때문에 검은 격자가 함께 보입니다. 이 상태로 찍으면 내가 원하는 맑은 하늘이 나오지 않겠지요. 하늘을 찍겠다고 밖에 나가면 나가는 동안 내가 원하던 그 하늘은 사라지고 없어요. 구름은 움직이니까요. 바람에 따라 움직이니까.





할 일이 엄청 많던 어느 날, 그 많던 할 일이 하기 싫어서 구름 하나를 잡고 어디까지 가나 움직임을 추적한 적이 있어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 앞에 있던 구름이 눈 깜빡하고 나면 이미 저 옆 동네 하늘에 떠 있는데, 오늘처럼 맑은 날은 몇 분이 지나도 구름이 제자리에 있어서 저 구름은 구름인가 홀로그램인가 혼자 구름의 진위여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죠. 지금 눈 앞에 있는 구름이 그렇네요. 구름을 보면서 타자를 치고 있는데 구름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꼼짝없이 그 자리에 있어요. 저 위가 좋은가봐요.



가끔은 그 어떤 것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오두막 같은 곳에서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유명 CEO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에서 휴가를 보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정말 이상적이지 않아요? 혼자 생각하기 위해 별장에서 휴가를 보낸다니! 너무 자주 띵똥거리는 알람,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소리들,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들로부터 벗어나 그 어딘가에서 오롯이 내가 원하는 생각을 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고독을 즐기는 인간의 본능이 아닐런지요.





생각

명사

1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

올바른 생각.

2

어떤 사람이나 일 따위에 대한 기억.

고향 생각이 난다.

3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 또는 그런 일.

우리 수영장 갈 건데 너도 생각이 있으면 같이 가자.





너무 바쁜 날은 내가 오늘 무슨 생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제자리에 멈춰있는 구름을 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지요. '생각하는 의자'라도 마련해야 할까봐요. ^^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면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잘했는지 못했는지 반성도 못하니, 내일도 비슷한 하루를 살게 됩니다. 생각없이 그냥 내일을 계획하지 않은채 오늘 하루를 마감하면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또 허둥지둥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그렇게 생각없이 산 하루와 생각을 한 하루의 차이는 바로 그 다음날과 이번 한 주를 결정합니다. 길게는 이번 달과 올 한 해, 그리고 나의 인생을 좌지우지할거에요.



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 홀로그램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저 구름을 보면서 '너도 생각을 하려고 가만히 있었던거구나.' 라고 멋대로 생각했어요. 구름은 무슨 생각을 하며 저 자리에 가만히 있었던 걸까요? 인간은 왜 생각을 안 하고 살까? 뭐 이런 생각이었을까요? ^^ 



어떻게 이 글을 마무리할까 고민하다 하늘을 보니 구름들이 모두 사라졌네요. 저는 이제 매일 언제 생각하면 좋을지 하루 루틴에 '생각의 시간'을 끼워넣고, 저 멀리 도망가버린 오늘의 생각의 편린들을 잡아와서 적어봐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책과강연 #백일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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