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묘운 Oct 09. 2024

그가 다시 돌아왔다.

마들렌

그가 한국에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아침 낮까지 사랑을 나눴는데 나는 그게 좋았다. 그가 그만큼 나를 원했던 것 같아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의 무릎에 앉아 애정행각을 했고 나는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

다만, 그의 할머니가 아프셨는데 오늘 아침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에게 돌아가야 하냐고 물으니 어머니와 이미 얘기를 했다면서 괜찮다고 했지만 나를 위해서 있어준다는 건 기뻤지만 가족들을 등한시하면 안 되지 않을까 라는 걱정을 잠시 하게 되었다. 그래도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샀으니까 조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도 들었다.

아침의 슬픈 마음을 뒤로 한채 우리는 사랑을 나눴고 내 기쁨보다 그를 위해 더 움직였다.​

사랑을 나누는 거와 별개로 전망 좋은 방 영화처럼 그가 내 목에 키스를 해주고 달려들 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 방에는 그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랑을 나누고 그는 낮잠을 잤고 나는 마저 준비를 마치고 그와 베이킹 클래스와 이마트를 가기 위해 장바구니를 챙기고 짐을 쌌다. 더운 여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지 생각해 보다가 베이킹 클래스와 도예 물레 클래스를 받아보면 어떨까 생각한 건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근데 만들고 나니 내 초코맛 마들렌이 더 맛있다며 자기랑 바꾸자고 해서 조금 어이가 없었다.

베이킹 클래스를 마치고 이마트를 갈 수 있어서 (이마트를 가자고 어제부터 얘기를 해서) 이 역에서 갈래 라고 하니 그래라고 하여 우리는 이마트를 향했다. 그와 장을 보는 게 꼭 결혼을 하고 (결혼까지는 아니어도 같이 살거나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애절한 마음이 들었다.

혼자 장을 보러 가면 이 순간들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어서. 엄마가 아빠와 헤어졌을 때 시장을 가지 못했다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상생활에 스며든 순간들이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에게 딱히 해줄 요리가 없어서 그가 먹고 싶은 거로 담게 했더니 저번이랑 비슷한 식재료를 사버려서 다음에는 갈비탕을 포장해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우리는 간편하게 배달을 시켜 먹지 않는 걸까?


​무겁고 짐도 많고 덥고 습하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군말 없이 짐도 들어주고 이번에도 장을 보고 계산도 해주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나는 돈이 별로 없지만 피자를 사주었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돈 쓸 일이 없을 거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그가 말해줘서 고마웠다. 또한 내가 미국으로 가는 것에 대해 그는 회의적이었지만 바라기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직업을 얻는 게 제일 걱정된다고 하니 “나는 네가 직업을 얻는 거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 니 정신건강이 제일 걱정이야.”라고 말해서 내가 아픈 게 그의 발목을 잡고 있나 싶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아프지 않은 사람을 만난다면 이 세상 어디든 같이 몇 달이고 가고 여행도 마음대로 가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 텐데 나한테 매여서 한국에만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니 말이다. 그가 한국에 11월에 또 올 거라는 말을 던졌을 때 내심 기뻤다.

10월 말에 미국에서 만나 뒤에 미래를 모르겠다고 내가 투정을 부르니 (12월에는 크리스마스라 가족들이랑 보낼 테고) 11월에 또 보면 되지 라며 너스레를 떠는데 그 약속은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행기표를 아직 산 게 아니기에. 그가 또 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친구 결혼식에 같이 가거나. 때마침 고등학교 14년 지기 친구가 결혼을 하여 청첩장을 받아야 해서 만나기로 했는데 남자친구에 대해 궁금해해서 같이 보기로 했다. 내 친구는 내 첫 외국인 남자친구를 본 적이 있다. (페스티벌에서 다 같이 놈) 나는 마이클과 언제 결혼을 하게 될까?

오늘은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를 광복절이라 독립과 관련된 역사에 대해서도 또한 민주주의의 시작에 와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주의 시작은 미국이 처음이며 제일 오래됐다고 한다. 약간 미국 우월주의가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지만 그의 미국에 대한 자랑이 귀여워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정말 미국에 관심이 없이 살아왔구나 싶기도 하고. 매일 그가 나에게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줘서 나는 너무 신기하고 새롭고 나도 또한 많은 것을 배우는 느낌이다.

이토록 나를 성장하고 차분하게 해 주고 안정감이 들게 해주는 사람이 내 인생에 있었었나 반문하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소중한 인연인 만큼 소중히 대해야지라고 다시금 생각했던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자본주의 세상 속에 살고 있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