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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링 Apr 30. 2024

99학번 담임 vs 00년생 교생

교생 선생님이 왔다.

내가 아는 엠지중에 가장 어린 엠지다.


사실 엠지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엠지는 이기적이고(아니 개인적이고), 윗사람 알기를 뭣같이 알고(윗사람, 아랫사람의 개념이 따로 없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 쳐다도 보지 않는(그게 원래 당연한건데, 학생들 눈치까지 보는 우리세대가 이상한...) 그런 종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새로온 기간제 선생님은 달랐다. 

파릇파릇한 구구년생(나는 구구학번 ㅠ)

세수만 하고 와도 광이 나는 피부(내가 하는 요상한 물광화장과는 격이 다른.. ㅠ)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엠지는 뭔가 엠지같지 않았다.

단톡방에서도 예의바르기가 이를데 없고, 자기 일이 아닌데도 선뜻 나서서 돕고, 누구도 하지 않는 학부모 총회용 PPT를 스스로 준비해 왔다. 게다가 두번째 월급날이 되자 학년부 선생님들에게 밥을 사겠다고 까지 했다. 

희한한 엠지였다.

내가 아는 에무제뜨 세대에도 이런 캐릭터는 없었기에 무한 예쁨을 줄 수 밖에 없는 그런 엠지였다.


그런데...

상상속의 진짜 엠지를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삐뚤빼뚤 글씨가 가득한 노트가 눈 앞에 펼쳐졌다.

"선생님, 이거 매일 검사받으라던데요?"

순간적으로 "네이놈, 글씨 똑바로 쓰지 못할까!" 라며 혼내려다가 얘는 왜이리 키가 크지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교생선생님이 교생일지를 들이밀고 있다.





"선생님, 아침에는 8시 25분까지 교실에 오셔야 하고요... 종례는 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일러주고 있는 중이었다.

끄덕끄덕 하던 교생선생님이 갑자기 고개를 휙 돌리며 지나가던 학생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어, 00안녕~~"


'아... 이건 뭐지?...'




청소시간. 여태 봐온 교생선생님들은 알아서 아이들과 함께 청소를 하거나 지도를 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 한참을 내 얼굴만 보고 서 있더니 해맑게 말한다. 

"선생님, 전 뭐 할까요?"


'아... 선생님도 청소구역 정해줄까요?;;;;'




만난지 이틀만에 심한 멘붕을 겪고 교무실에 허탈하게 앉아 있는데 내가 잘 아는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선생님과 띠동갑 차이나는 남자.


우리집 초딩.


* 성생님, 우리 잘 해나갈 수 있겠죠...? 

   전 왜 가슴이 답답할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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