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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13. 2023

D+21. 집에서 일한다는 건

4평 원룸의 공간분리

 7월 내내 헬스장을 제외하곤 집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필연적으로 집 안에서 일을 했단 뜻이다. 버스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일할 수 있는 청년센터가 있어 여러 번 방문했지만, 근처에 일할만한 카페도 많지만, 내 선택은 집이었다. 이 선택은 잘한 걸까? '출근'이라는 장치가 없어진 지금, 이 선택은 좋지 않았다는 걸 7월 내내 느꼈다. 집 안엔 내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노트북과 태블릿, 책과 모니터가 올라와있는 책상부터 밥상이 놓여있는 바닥, 이불과 옷이 뒤섞여있는 침대까지. 내가 꾸린 집인 만큼 사방팔방이 내 흥미와 관심을 요했다.

많은 책이나 영상에서 작업 공간과 일상 공간의 분리를 강조한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피부로 알 수 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신경 쓰이는 집안일, 오늘따라 흥미로워 보이는 책, 포근한 침대까지. 얼마든지 일하다 딴짓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오늘도 책상에 앉으려다 만화책을 뽑아보고, 설거지를 하고, 물을 끓이고……할 수 있는 딴짓은 다 하다 겨우 책상 앞에 앉았다. 내 의자는 침대를 등지고 있다. 4평 원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분리다. 책상과 침대 사이 폭이 너무 좁아 한 번 의자에 앉으면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점, 즉 앉기도 힘들다는 점을 빼면 괜찮은 분리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방식은 책상을 잘 치워야 한다. 책상 위에 딴짓할 거리가 놓여있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의자에 앉아 한없이 딴짓에 빠져들 수 있다. 또 환경을 분리하기 위해 작업복을 따로 마련했다. 예전부터 무인양품 파자마를 사 입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구매했다! 푹신한 옷을 만지니 왠지 설레더라. 파자마나 외출복을 입고 임시로 글을 쓰는 게 아닌, 글만을 위한 옷인 셈이니까. 아직 글밥을 먹는 작가가 되진 못했지만, 어쩐지 금방 새로운 옷을 장만할 수 있을 것 같단 기분이 들었다.

 작업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투룸 이상의 집으로 옮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 옮길 수 없으니 내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았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 환경에 굴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다. 만약 소음으로 시끄럽다면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을 살 거고, 햇빛이 너무 심하다면 암막커튼을 설치할 거다. 굳이 4평 원룸을 강조한 이유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라는 5평 이하의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공간을 분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다. 그리고 지금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일한다는 건 매 순간 유혹과 싸우는 일이다. 집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세상 모든 재택근무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도 침대를 등지고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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