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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설 Aug 27. 2023

D+35. 저녁형 인간은 아니다.

내일부턴 낮에 글 쓰겠습니다. 

 아 오늘 진짜 글쓰기 포기하고 싶다……. 저녁에 글이 안 써진다는 걸 2n 년 만에 깨달았다. 아침형 인간은 아니고, 햇빛형 인간이다. 해가 지면 힘을 못 쓴다. 그것도 모르고 쨍하고 해 뜬 날 주야장천 놀러 다녔다. 야무지게 외식도 하고, 번화가까지 나가 노트도 한 권 사 왔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노트북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는다……. 

 보통 작가라면 밤에 글을 쓰지 않나? 새벽감성에 취한 글을 다음 날 괴로워하며 보는 것, 그게 작가의 숙명이 아니었나? 내가 역 뱀파이어형 인간이라니. 믿을 수 없어!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시간엔 글을 못쓰는 게 당연하다. 내 기상시간은 (일단) 오전 7시. 일어난 지 12시간도 지난 지금 시점에 글이 잘 써질 리가 없다. 더군다나 취침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음도 급해진다. 그렇게 글의 퀄리티는 떨어지고, 나의 자존감도 깎이고. 

 직장을 다닌 진 3년이 넘었고, 반백수로 지낸 지도 3개월이 넘었는데 이제야 나에게 맞는 시간을 알아내다니, 직장생활 헛한 게 틀림없다. 어쩌면 나는 우울증이고,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 햇빛형 인간은 아닐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내가 낮에 일하는 걸 방해했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세 번째 썼다 지우고 인정했다. 나는 해가 떠있는 낮에 일해야 한다. 저녁엔 쉬던가, 다른 일을 해야지, 글을 쓰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햇빛형 인간인 것처럼 누군가는 달빛형 인간일 거다. 하지만 본인이 달빛형 인간이라는 걸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너무 고리타분하고 불공평하다. 각자에게 맞는 업무 시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능률이 오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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