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번엔 진짜 할 거라니까요?
9월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찾아왔다. 이번엔 내가 휴대폰을 너무 많이 해서라던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뇌가 자극을 너무 많이 받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같이 올라오는 기사들은 절망적이다. 여성 혐오 범죄, 여성 혐오 정책, 사법부의 만행……. 한 가지에 분노할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뉴스가 올라온다. SNS의 장점은 세상 돌아가는 걸 빨리 알 수 있다는 거지만, 완벽한 장점은 때로 완벽한 단점이 되기도 한다.
결국 어제부터 트위터 접속을 끊었다. SNS 타임라인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뉴스 헤드라인을 확인하며 기사를 선택해 읽었다. 종이 신문을 구독할까 하다가, 환경문제며 비용 문제가 거슬려 생각을 접었다. 완벽히 세상을 차단할 수는 없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성인으로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니까. 특히 한 시라도 보고 있지 않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이번 정부 같은 경우엔 관심을 끊어선 안된다. 그럼에도 정보를 선택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으면, 무한 스크롤을 발명해 낸 개발자의 푸념이 담겨있다. 모든 SNS는 무한 스크롤이 가능하다. 한 번 새로고침을 누르면 끝없이 새로운 정보가 발생한다. 이 새로고침 버튼이 라스베이거스의 가챠버튼과 다름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말이다. 목을 쭉 빼고, 무언가 좋은 게 나올까 싶어 끊임없이 버튼을 누르는 모습. 과거의 내가 바라던 미래의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타임라인만 그럴까. 릴스, 숏츠 같은 영상들은 끊임없이 자극을 제공한다. 나는 릴스는 한 번도 본 적 없고, 유튜브 숏츠만 가끔 구독 채널이 올렸을 때 확인하는데, 어째서 중독되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내 친구들이, 내 동생이 긴 글을 읽지 못하는지 알 것 같았다. 숏츠를 긴 영상으로 이끄는 발판으로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조회수를 위해 자극만 담은 사람도 있었다. 자극적인 영상을 계속 본다면 그런 재미만 찾을 수밖에. 우리가 팝콘 브레인이 되는 이유다.
이런 말을 하고 있지만 나 역시 SNS에서 자유롭지 않다. 나의 트위터 이용시간은 일평균 두 시간이다. 2시간 동안 라스베이거스의 머신 앞에 앉아있는 거다. 뭐라도 나올까 싶어서.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트위터를 과감히 지우지 못했다. 트위터가 없다고 건강한 삶을 살 자신도 없었다. 트위터를 하느라 릴스나 숏츠를 보지 않은 거지, 내가 릴스나 숏츠에 중독되지 않을 사람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하루종일 머릿속에 정보를 입력했음에도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걸 깨달은 순간, SNS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뇌는 계속되는 인풋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계속해서 밥만 먹이고 화장실은 못 가게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적절한 인풋과 아웃풋이 더 좋은 글을 낳을 텐데, 나는 기본자세부터 글러먹은 상태였다.
솔직히 하루 끊은 걸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웃기다. 나의 트위터 경력은 10년, 그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면 한참을 끊어도 모자라다. 물론 트위터로 보낸 시간을 모두 쓸데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시간 동안 즐거웠고, 좋은 친구들을 사귀었으니 그걸로 됐다. 다만 앞으로는 다른 즐거운 일도 찾아보고 싶다는 게 나의 소망이다.
9월을 마무리할 땐 SNS 이용시간이 일평균 1시간으로 줄어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