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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Sep 10. 2024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챙긴다

나는 50대 중반, 아이들은 20대 중후반

오랜만에 두 딸과 일주일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하던 공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 LA 오렌지 카운티에서 일주일을 지내게 되었다.  대학을 가면서부터 이미 집을 떠나 토론토에서 공부하고 취직하여 살고 있는 두 딸이 여름휴가 겸, 내가 예약한 호텔로 합류하였다.  대학을 가고 나서도 여름에 한번 크리스마스에 한번, 이렇게 적어도 일 년에 두 번은 밴쿠버로 와서 우리 부부와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남편 없이 나와 두 딸만, 셋이서 함께  호텔 방에서 일주일을 지낸 것은 아주 오랜만이다.  


아이들이 학창 시절 리듬체조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이렇게 셋이서 대회 참가차 북미 여러 도시들을 많이도 다녔었다.  둘이 시합 스케줄이 달라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한 명을 먼저 밥 먹이고 화장시켜 주고 머리 만들어주고 얼른 대회 장소에 데려다주고 오면 또 다른 한 명을 차질 없이 준비시킨다. 아이들이 몸 가볍게 다음날 시합을 잘할 수 있도록 영양가 있지만 속은 편안하고 가벼운 음식으로 냉장고를 채워 넣느라 매번 근처 마켓을 제일 먼저 돌며 엄마인 내가 더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 가면서 운동을 그만두었으니 이렇게 셋이 호텔 방에 있게 된 것이 7년 만이다.  그런데 그동안 아이들이 너무도 많이 컸다.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다 챙기느라 매번 녹초가 됐었는데, 불과 7년 만에 우리 아이들은 완전히 어른이 돼버렸다.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챙긴다.  늘 우리 품을 떠날 것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처음 독립했을 때도 별다른 타격이 없었는데, 너무나 커버린 아이들을 마주하고 나니 그전에 느끼지 못했던 서운함이 밀려온다.


함께 밥 먹을 때마다 주요 화제는 대부분 각자의 남자친구 얘기다.  5년 이상 사귀었지만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확신을 100% 갖지 못한다는 큰딸, 몇 년간 남자친구 없이 지내다가 두 달 전에 만난 아이와 썸 타는 중인 둘째 딸.  너무나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딸인데, 남자를 대하는 방식도 만나는 방식도 정 반대이다.  만나다 보면 분명히 너무나 싫어지는 때도 올 테니 꽃길만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텐데... 이런저런 걱정도 되고, 잔소리하고 싶은 부분도 분명 있지만 참는다.  자식에게라도 충고하고 조언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기에...


기대했던 것보다 분명 매끄럽고 풍성했던 우리의 일주일이었다. 요즘 트렌드의 화장품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애들이 쓰던 고데기도 머리 만지기 너무 편하고 좋다 했더니 나에게 선물로 준단다. 마지막 저녁도 딸들이 쏜다며 근사한 레스토랑으로 예약해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다 컸다.  이 순간을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런데 막상 오니 많이 허전하다.  성장하느라 아픈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은 이쁘고 착하고 근사하게 자라준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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