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조정하고 2주가 되었다. 다니던 정신과에 가서 이번엔 동일한 약으로 한 달 치를 처방받아 왔다.
확실히 첫 번째 두 번째보다는 사람의 몰골인지라 의사 선생님도 안심하고 한 달 치를 주신 것 같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내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몸에서 보내는 신호이니 이제 덜 열심히 하라고 하신다. 삶은 중도가 중요하다고 높낮이로 이야기하면 난 너무 위에서 달렸다고 이제 중간으로 내려와서 너무 기쁘지도 너무 슬프지도 않게 희로애락을 즐기며 살라 하신다.
"네..."
'사실 저도 딱 중간만 하고 싶어요.'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참았다. 회사에는 너무 머리 좋은 사람도 많고 유능한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난 IQ 가 90이고,
다른 이들은 IQ가 140인 셈이다. 그러니 난 중간을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하는 건데...
그 중간이 참 어렵네요...
내가 내적갈등을 심하게 하는 동안 봄이 왔고 계절이 바뀌었다. 내 인생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왔으면 좋겠다.
그래도 첫 번째, 두 번째 때는 죽으려고도 했는데 이제 죽을 생각은 포기했다. 어느 책에선가 신이 사람을 만들 때 어떠한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신의 의도 대로 삶을 살아내지 않고 신이 아닌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그 이루어 내지 못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다음 생에 똑같은 고행을 하러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불교신자도 기독교신자도 아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다시 삶을 다시 살아 내라니요!!
아무튼 신은 나를 이유 없이 이 땅에 태어나게 할 만큼 여유 있는 분이 아니니 다른 속 썩을 것이 없는 대신 회사일로 내적 갈등을 겪는 게 내가 치러야 할 미션이라면 감내 해야겠지...
친정집에 갔더니 엄마가 보약이라도 지어 먹여야겠다며 용한 한의원이 있다며 찾아갔다. 낡은 건물에 오래된 한의원이어서 첫 진료 라며 접수증을 썼는데 2005년에 내원 기록이 있다며...
2005년 첫 우울증으로 친정 엄마가 이 병원 저 병원 데리고 다녔던 병원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동일한 사유로 또다시 찾은 병원 그때 안 죽고 잘 살아서 다시 찾아온 나 스스로 감개무량한 건지... 뭔가 오마주 같은 느낌이라 눈물이 흘렀는데 원장님 하시는 말씀이
"오늘 진료 와서 우시는 분이 많네요... 좀 전엔 60대 어머님이 30대 아들이 돌연사해서 찾아와서 한참 울고 갔어요. 그런 슬픔은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슬픔이에요. 힘듦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환자분은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병이에요."
그래 어찌 생각하면 질량보존의 법칙처럼 삶의 고통 보존 법칙이 있어 여러 가지 고통 중에 어떤 걸 고를 거냐 물어본다면 가족으로 인한 고통보다 회사 고통이 좋은 편인 것 같다. 그리 생각하자... 별거 아니다... 걱정할 이유가 없다...
정신과 약도 한약도 잘챙겨 먹고 기운 내자.
다음엔 한의원은 더이상 같은 사유로 찾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