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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Aug 09. 2023

고어텍스의 고어는 악덕 기업일까? - 인공혈관

#PSH독서브런치207

사진 = 메디칼타임즈 기사 (고어사는 왜 한국을 떠났나…인공혈관 사태 2년 전 예고)


1. 아웃도어 의류 소재 고어텍스로 잘 알려진 미국의 고어(Gore)사는 특정 소아 심장 수술에 필수적인 인공혈관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대체품이 없는 독점 생산 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어 의료사업부는 2017년 인공혈관 공급 사업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대형 병원 중심으로 보유하고 있던 인공혈관 재고가 2019년 1월 바닥났고, 수술이 연달아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결과적으로 3월 중 인공혈관 공급이 재개됐지만, 박능후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사건을 '다국적 의료회사의 독과점 횡포'로 규정하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문제 제기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식약처가 미국 80만 원, 중국 14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해당 제품을 16만 원에 팔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어요. 고어의 내부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017년 고어 의료사업부 철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16만 원으로도 충분히 수익성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한국 식약처에 압력을 행사하고자 했던 것인지,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식약처로부터 가격 인하 압박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내려진 조치인지, 실제로 16만 원에 팔면 팔수록 적자인지 등 내부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것이니까요.


2. 판매 가격 16만 원으로도 충분히 수익성 있는 있는 사업이긴 하지만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한국 식약처를 압박했던 것으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고어의 이윤 극대화 활동을 단순히 '윤리적이지 않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희귀 심장 질환 치료에 핵심적인 재료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투자 자금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고어의 인공혈관으로 생명을 이어가게 된 사람들에겐 고어만큼 윤리적인 기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인공혈관 재고가 바닥난 지 2개월 여만에 공급이 재개되었고, 다행히 2개월 동안 연기된 수술로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1+2. 유튜브 채널 '30대 자영업자 이야기'에서 식자재 할인 마트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의 도매 시장에서 물건 싸게 떼오는 노하우를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상 제목: 하루 3시간 자고 8년 일했더니 하루 매출 3500만원 "연매출100억 하는 33살") 한 가게에서 꾸준히 사입하지 않고 '거래를 끊었다가 이었다가 끊었다가 이었다가'를 반복한다는 것이었어요. 끊임없이 더 저렴한 대안이 있는지 알아보는 노력을 계속한다는 의미죠. 어쩌면 고어의 이윤 극대화 활동에 대응하여 한국 식약처가 최선의 가격으로 인공혈관을 매입해 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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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사]

메디칼타임즈, 이지현 기자, 고어사는 왜 한국을 떠났나…인공혈관 사태 2년 전 예고

https://www.medicaltimes.com/Main/News/NewsView.html?ID=1125024

메디게이트뉴스,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공혈관 공급 중단 '가격'이 문제…미국에서 80만원 짜리, 한국에선 20만원에 20% 추가 삭감

https://medigatenews.com/news/3247286886

경인일보, 디지털뉴스부, 고어, 소아용 인공혈관 20개 긴급 공급… "정부와 협력 중"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903110100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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