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17
1. 김경미 교수(2009)는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이론적 좌표설정 모색』에서 정치 성향으로서의 진보-보수 및 좌파-우파를 이론적으로 규정하고자 시도합니다. 결론적으로 진보-보수, 좌파-우파의 구분은 언제 어디서나 보편타당하게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말이 아니라, "각 특정의 역사적 시대에서 그 시대의 지배적인 이념 그리고 이에 대한 대항 이념을 통해 각각 구체적인 자신의 주의(主意)를 획득한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진보와 보수는 모두 사회 변화를 긍정하지만, 진보는 변화가 "포괄적이고 가능하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좋다고 보는" 입장이며 보수는 "가능하면 기존 체제의 계속성을 유지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또는 급격한 변화는 거부하고 ... 전통과 관례의 연속성 속에서 개량을 추구"하는 입장입니다. 좌파는 "기존의 지배적인 이념체계와 정치체제를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적 체제를 추구"하는 입장이고, 우파는 "기존의 지배적인 이념체계와 정치체제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진보가 좌파와, 보수가 우파와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현대 대한민국의 상황을 대입해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적인 오늘날 우파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정치적 및 경제적 자유주의를, 좌파는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지칭"하게 되죠.
2. 박이문 교수는 <박이문 인문 에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길>에서 "일반적 관용에 따르면 ‘진보적 이념’은 경제적으로는 분배의 평등을 강조하는 국가계획경제 체제와 정치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통일성과 이익을 강조하는 전체주의적 체제를 뜻하는 사회주의를 지칭하고, ‘보수적 이념’은 경제적으로는 개인의 경쟁에 의한 무한한 이윤추구의 장점을 강조하는 시장경제와 정치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권익에 초점을 두는 자유민주주의를 지칭한다"고 하면서, '진보'라는 말이 객관성을 가지기보다는 ‘더 좋은 것’, ‘더 바람직한 것’이라는 주관성을 가지는 말이므로 ‘보수’와 대치되는 말은 ‘진보’가 아니라 ‘개혁’이 적절하다고 주장합니다. "‘좌익’이나 ‘개혁’이 좋을 수도 있지만 좌익에 속하는 모든 것이나 모든 개혁이 필연적으로 ‘좋은 것’, ‘바람직한 것’, 즉 ‘진보적인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최광 교수(2012)는 비슷한 맥락에서 "보수-진보의 구분보다는 우파-좌파의 구분을 선호한다. 두 구분 다 가치에 바탕을 둔 분류이나 용어 자체로는 보수-진보의 구분보다는 우파-좌파의 구분이 상대적으로 보다 더 가치 중립적이고 사전적 의미에서도 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고 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우파-좌파의 판별 기준은 주체로서든 객체로서든 ‘개인’을 강조하거나 중심에 두면 우파이고, ‘공동체’ 또는 ‘집단’을 강조하거나 중심에 두면 좌파"라는 구분을 제안합니다.
1+2. 김경미 교수는 같은 논문에서 "과거 열린우리당은 보수정당임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에 의해서는 좌파정당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진보정당임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에 의해서는 엄연한 보수정당으로 자기매김"된 바 있다고 했으며, 채장수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좌파 개념의 설정』에서 "일군의 맑스주의자에게는 히틀러와 같이 서구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자유주의자들에게는 드골의 추종자라고, 또한 드골주의자를 포함한 우파진영에게는 좌파 아나키스트라고, 심지어 어느 미국교수에게는 소편의 스파이라고 비난을 받았"던 푸코(M. Foucault)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정치 성향을 구분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는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의', '선과 악'의 문제라기보다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에 대한 서로의 의견 차이'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진보주의 또는 좌파 그리고 보수주의 또는 우파는 하나의 인생관, 세계관, 가치관으로서 어느 것이 맞고 틀리고, 어느 것이 좋고 나쁘고, 어느 것이 더하고 덜하다고 할 수 없다. 종교에서 불교신자나 기독교신자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는 최광 교수의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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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논문]
김경미.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에 대한 이론적 좌표설정 모색." 정치정보연구 12.1 (2009): 45-60.
채장수. "한국사회에서 좌파 개념의 설정." 한국정치학회보 37.2 (2003): 219-238.
최광. "큰 정부 vs 작은 정부 : 정부의 규모와 역할에 대한 우파·좌파의 관점." 제도와 경제 6.2 (2012): 57-96.
[참고 단행본]
박이문. 박이문 인문 에세이. 서울: 미다스북스, 2017.
https://brunch.co.kr/@thepsh-brunch/159
https://brunch.co.kr/@thepsh-brunch/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