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31
1.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일본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삼성(SAMSUNG)' 로고를 삭제하고 제품명인 '갤럭시(GALAXY)'나 통신사 이름만 새겼습니다. 자국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면서, 일본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한국 기업의 전자 기기를 들고 다니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는 일본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한 삼성전자의 디브랜딩(Debranding) 전략이었죠. 일본 스마트폰 점유율 4%에 그쳤던 삼성전자는 디브랜딩 이후 2022년 1분기 점유율 13.5%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후 2023년 출시한 갤럭시 S23부터 다시 삼성 로고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기준 1위인 애플의 점유율이 50% 수준으로 굳건한 상황에서,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샤프(SHARP)와 미국 구글의 점유율 확대로 삼성전자는 6% 수준으로 고전하고 있으나, 25년 1분기 기준 11.5%로 2위를 차지하였고 8월 1일 출시한 갤럭시 폴드7과 플립7로 점유율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샤프 스마트폰 점유율이 여전히 10% 수준일 정도로 자국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일본 시장에서, 한국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높아진 데에는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선호도 상승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경험적으로 돌이켜 보면 우리는 패션 아이템을 소비할 때 언제나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의 패션 브랜드 혹은 국내 브랜드라 하더라도 서구 선진국 이미지를 지향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패션을 기능의 측면보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로 접근하게 됩니다. 즉 "요즘의 브랜드는 정체성 세부 조절이 가능한 시대에 사람들이 구입 가능한 정체성 배지"(박찬용, 『요즘 브랜드』)가 되었고, 세련된 취향이 발달한 나라의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이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데 더 유리한 것이죠. 그런 측면에서 최근 일본에서의 한국 패션 브랜드 부상은 의미 있는 변화로 보입니다. 특히 K패션 글로벌 진출의 선두 주자로 주목받는 브랜드 중 하나인 마뗑킴의 전략본부장은, 일본에서의 인기 이유 중 하나로 한류의 영향을 꼽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에 출현해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게 한국을 일본보다 선진국으로 생각한다고 얘기합니다.
1+2. 최근 기아에서 연내 국내 출시 예정인 준중형급 전기 SUV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EV5에 중국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있었습니다. CATL은 현대차와 기아는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에도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로 알려져 있으나,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단순히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있는 중국산 배터리'로 취급 받는 여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러한 모습이 약 10년 전 일본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모습과 겹쳐 보이며, 불과 10년 만에 일본 시장 내에서 한국 그리고 한국 기업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중국과 중국 기업의 위상이 5년, 10년 후에는 어떻게 바뀌게 될지 궁금해지게 되었어요. '중국 기업은 여전히 현재의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다'라는 주장과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의 제품이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받게 되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올릴 것이다'라는 주장 모두 각각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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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기사]
매일경제, 최순화 동덕여대 교수, <[경영칼럼] 일본 갤럭시폰엔‘삼성’ 있다? 없다?>, 2022년 12월 30일
중앙일보, 김경미 기자, <일본 MZ들, 한국 옷 사러 오픈런…오사카에 부는 K패션 열풍>, 2024년 3월 3일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일본 시장, 왜 K패션을 찾나>, 2024년 5월 12일
동아일보, 박현익 기자, <日시장도 뚫은 샤오미 스마트폰…점유율 삼성과 동률>, 2025년 3월 18일
조선일보, 김은영 기자, <[K패션뷰티 뉴리더]⑨ 한국의 ‘진짜’ 20대가 입는 옷, 세계인 열광… K패션 강자 마뗑킴 성공비결>, 2025년 5월 21일
머니투데이, 조한송 기자, <일본 패션 중심지에 깃발 꽂은 마뗑킴...나흘 만에 매출 3.2억 달성>, 2025년 8월 10일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삼성 정말 대단해" 일본인의 감탄…'갤Z폴드7' 오사카 전시 첫날>. 2025년 7월 11일
매일경제, 우제윤, 추동훈 기자, <[단독] “중국산 탑재합니다”…기아 내수용 전기차에도 中배터리 쓴다>, 2025년 7월 16일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SAMSUNG' 박고 "일본으로"…역대급 갤Z폴드7, 애플 텃밭 공격>, 2025년 8월 2일
[참고 영상]
언더스탠딩 : 세상의 모든 지식, <신입사원 사라진 일본, 이걸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이창민 교수)>, 2025년 2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