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230
1. 송길영 작가는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현재 시대를 '생애주기는 길어지나 직업의 생멸주기는 짧아지는 극단적 불일치의 시대'라고 진단합니다. 즉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있지만, 산업 변화 속도가 빨라져 과거와 같이 한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죠. 체감적으로도 로봇과 AI 기술의 발전은 이미 수많은 직업을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사기업에 다니는 비전문직이면서 문과 계열 출신의 사무직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인력 효율화의 대상이 되리라 예상하는 것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향후 십 년 안에는 인간 없이 오직 로봇과 AI만으로 운영되는 회사를 상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여전히 대기업과 같은 큰 조직은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인력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생산과 물류, 영업망을 유지하는 데에는 아직까지 사람의 개입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연구 및 개발, 조직의 전략 수립이나 복잡한 의사 결정을 위한 자료 수집 및 분석 또한 AI에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다만 로봇이나 AI에 비해 뚜렷하게 가치 있는 것을 생산해 내지 못하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설자리가 없어질 것은 분명해 보이며, 변화하는 상황에서 나의 직업을 지켜줄 핵심 역량을 발견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은 중요해 보입니다.
2. 동시에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습니다. 송길영 작가는 같은 책에서 변화하는 세계에서 더 중요성이 커지게 될 '다정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다정함은 기존의 큰 조직 안에서의 다정함이라기보다는,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일을 찾아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등하게 연대하기 위한 자질이지만 기존 조직에서도 다정함은 중요한 자질인 것 같습니다. 큰 조직에서 협업은 필연적이고, 조직의 규모가 점차 효율화되면서 생성형 AI의 도움으로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늘어남으로 인해 '이 일을 할 때는 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아질 테니까요. 그럴 때 그 사람이 다정한 사람이라면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 작업물의 성과가 더 빠르게 산출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1+2. 사회생활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이면서 같은 요청을 받더라도 나의 체력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경험을 몇 번 해본 후로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라는 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 관리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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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2015)>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는 오른손이 잘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한 후 탈출하여 나이트클럽의 화장실 웨이터로 일하는 와중에도 그의 부하들은 그를 '회장님'이라 부르며 각별히 대합니다. 어쩌면 그의 부하들은 안상구의 현재 처지가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대기업 회장과 유력 대선 후보, 원로 언론인 모두를 함정에 빠뜨릴 만한 시나리오를 짜는 기획력 즉 조직을 이끌 핵심 역량을 가짐과 동시에, 부하 아내의 생일을 잊지 않고 케이크와 돈봉투를 챙겨주는 다정함을 가졌음을 알았기 때문에 그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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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