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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May 23. 2022

사람들은 왜 안상구의 말을 안 믿었을까?-<내부자들>

#PSH독서브런치177

사진 = 네이버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


※ 영화 <내부자들(2015)>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의 비리를 폭로합니다. 이에 대해 폭로 당사자 언론인 이강희(백윤식 분)는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 어떤 미친놈이 깡패가 한 말을 믿겠나?"며 안상구의 폭로에 정치 공작 프레임을 씌웁니다. 이강희는 안상구의 과거 전력을 적절히 활용해 본인의 프레임을 상위 프레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안상구의 진실은 하위 프레임으로 전락했죠. 상위 프레임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하위 프레임에서의 모든 노력은 "오히려 기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됩니다. (지식 프라임,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안상구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본인의 진실에 신뢰성을 더할 자료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즉, 하위 프레임에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안상구의 "허긴... 깡패 새끼 말을 누가 믿겠어요. 우리 검사님이라면 몰라두."라는 말은 그가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았음을 보여주는 대사죠.


2. 영화에서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족보'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력이 출중함에도 번번이 원하는 곳으로의 발령이 실패하는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의 "줄도 없고 빽도 없는 뭐 나 같은 그지는 나가 뒤져라, 이런 말 아닙니까?"라는 대사와 최충식 검사(정만식 분)의 "뭐, 어쩌겠냐. ... 대한민국은 실력보다 빽이고 줄인데"라는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죠. '족보를 중시하는 시스템'은 윤리적 측면에서 뿐 아니라 실용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족보보다는 실력 있는 사람을 발탁해 기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실용적으로도 옳아 보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가며 알아가고 있는 것은, '잃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라는 점입니다. 즉, '족보'로 엮여 있는 게 많은 사람일수록 행동에 제약이 있을 것이고,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선택을 하리라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정치 깡패 출신 안상구는 일반 대중들에게 '족보'가 없는 사람이고 따라서 '잃을 게 없는 사람', '눈앞 당장의 이익을 추구하리라 기대되는 사람'으로 보였을 거예요. "실은 인간들은 대부분 경이적일 만큼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정말 진심으로 억울해하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인간이란 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도 왜 옆방 살인범은 징역 15년 받았는데 나는 17년이냐며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외칠 수 있는 존재"에서 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관점을 받아들인다면, '족보'를 중시하는 태도는 합리적인 태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쾌락독서, 문유석)


1+2. 사람들이 안상구의 말을 믿지 않았던 원인은 1) 안상구의 프레임이 이강희의 프레임에 비해 하위 프레임이었고, 2) 안상구가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상구는 문제를 기민하게 파악해 여론을 뒤집는 데 성공하고요.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어야 할 교훈은 1) 상대방의 프레임을 기민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프레임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사고 능력을 길러야 하고 2)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선 '잃을 게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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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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