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설국열차(2013)>의 내용과 결말을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프랑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로 모든 것이 얼어붙은 가상의 디스토피아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가 설계한 기차에서 17년째 지속되고 있죠. 완전한 자급자족 능력을 갖춘 이 기차는 동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기차는 철저한 계급 사회로 머리칸, 중간칸, 꼬리칸으로 구분됩니다.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꼬리칸에 속한 야망 있는 젊은이로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이자 지도자인 길리엄(존 허트 분)과 긴밀히 의논하여 불합리한 체제에 대한 반란을 계획하고 실행하여 윌포드가 있는 머리칸 엔진실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커티스는 본인이 주도한 반란이 적정 인구수 유지를 위해 윌포드와 길리엄이 조장하고 기획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윌포드는 자신의 예상보다 더 큰 희생을 일으킨 커티스의 능력을 인정하며 앞으로 엔진실에서의 본인의 역할을 이어받을 것을 제안하죠. 커티스는 스스로의 신념에 따른 의미 있는 행동이 사실은 누군가 큰 그림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망연자실하며 윌포드의 제안에 크게 흔들립니다.
2.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속임을 당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속임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영화 <타짜>에서 열일곱에 건달 생활을 시작해 '잘난 놈 제끼고, 못난 놈 보내고, 배신하는 놈 다 죽이며' 현재의 지위를 달성한 곽철용(김응수 분)이 고니(조승우 분)의 속임에 넘어가 일순간 모든 것을 잃은 것과 같은 위험에 우리 모두 처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은 1) 나의 결핍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태도와 2) 나의 생각이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2)는 꾸준한 독서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영하 작가는 <읽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항상 너무 늦은 순간에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곤 하지만, 저는 독서를 통해 커다란 위험 없이 무지와 오만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 무엇보다도 독서는 우리 내면에서 자라나는 오만(휴브리스)과의 투쟁일 겁니다. 저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읽으며 ‘모르면서도 알고 있다고 믿는 오만’과 ‘우리가 고대로부터 매우 발전했다고 믿는 자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독서는 우리가 굳건하게 믿고 있는 것들을 흔들게 됩니다."
1+2. 박이문 교수는 <자비 윤리학 : 도덕철학의 근본 문제>에서 책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진다>의 구절 일부를 인용했는데 참고해볼 만한 말인 것 같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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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너한테 정답이라고 내미는 것을 그냥 믿어버려서는 안 돼. 언제나 네 스스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네 생각을 다듬어야 해. 그리고 네 믿음, 네가 옳다고 여기는 것, 네가 취하는 태도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