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H독서브런치059
'프레임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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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종종 들었던 표현인데,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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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토론할 때, 저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은근슬쩍 토론의 전제로 깔아 놓는다면, 상대방의 논리를 역이용하여 저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토론을 이끌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eoff)가 정의한 ‘프레임’이란, 사람들이 어떠한 이미지 내지 의제를 인식하고 파악할 때 일정한 사건과 사실(진실) 사이를 결정하는 직관적인 틀을 의미한다. 프레임 이론에 따르면, 일단 주도권을 획득한 프레임은 각종 미디어와 소문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며, 그러한 프레임을 반박하려는 모든 노력은 오히려 기존의 프레임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지식 프라임, EBS 지식프라임 제작팀, 밀리언하우스)
2. "이슈 정의 프레임은 엄청나게 강력하죠. 이러한 프레임은 어떤 사실과 정보를 쟁점에 대해 논의하는 ‘구도’의 일부로 간주할 것인지, 어떤 사실과 정보를 각본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인지를 미리 정의함으로써 무대를 꾸밉니다. ... 9․11 참사 이후 미국의 국내 감시 법률을 예로 들어봅시다. 이 법률을 처음 도입했을 때, 부시 행정부는 ‘테러 감시 프로그램(Terrorist Surveillance Program)’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이 프레임이 자리를 잡았더라면, 이 법률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테러 감시에 반대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 프로그램에 어떤 반대도 표현하기 아주 어려워집니다.
궁극적으로 널리 퍼져나갔던 이름은 ‘국내 감시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는 아주 다른 프레임이었습니다. 이 이름은 토론의 대상이 되는 이슈를 미국 시민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문제로 정의했습니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조지 레이코프, 엘리자베스 웨홀링, 생각정원)
3.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듯 신문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프레임이 다 다르기에, 같은 사안도 어떤 프레임을 통과하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되기도 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리셉션장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인사를 거절한 사안을 예로 들어보자. 보수 언론은 ‘북미 화해 무드 조성에 몸이 달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결례를 범했다’고 했고, 진보 언론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신의 불쾌함을 최소한의 외교적 고려도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례를 범했다’고 해석했다. (에스콰이어 18년 3월호)
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이 갖고 있는 기본 전제(프레임)를 기민하게 파악하여, 표면적인 주장에 반박하기보다는 기본 전제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 토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고 저도 토론의 달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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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훈련이 잘 된다면, 회사에서 소위 '사내 정치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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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놈이 나를 교묘하게 엮어서 보내버리려고 하네?'와 같이 상대방의 의도와 나에게 불리한 프레임을 재빨리 간파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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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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