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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Dec 07. 2021

제약에 대하여 - 건축에서 얻은 아이디어(유현준)

#PSH독서브런치058

사진 = Pixabay


최근 영화, 소설의 내용을 함께 전달하면서는 배경 설명 없이 썼던 내용이 많아, 읽으시는 분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에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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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영화 트럼보를 소개할 때 미국 매카시즘 시대에 대한 배경 설명,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소개할 때 아메리칸드림의 구체적 내용을 적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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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히려 그런 제약이 있었기 때문에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고,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직관적으로 쓰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읽으시는 분들께 정확히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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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제약이 또 다른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 중력은 우리의 삶 자체를 어렵게 한다. ... 인간이 하는 작업 중에서 중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작업은 아마도 건축일 것이다. 건축에서 중력은 인간이 건축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극복해야 할 힘든 과제이자 적이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에서 중력이 있었기에 주인공이 걸을 수도 있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처럼, 중력이 있었기에 건축은 여러 가지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제약은 다른 산업디자인에서는 찾기 힘든 건축 고유의 제약이다. 우리가 휴대 전화를 디자인하면서 중력을 고민하지는 않지 않는가? 다이빙 선수가 다이빙 보드에서 떨어지면서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듯, 건축은 중력을 어떻게 아름답게 극복하느냐를 통해서 다른 예술이 주지 못하는 감동을 전달해 준다. 에펠탑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같은 건축물을 보면서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약은 언제나 더 큰 감동을 위한 준비 작업이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을유문화사)


2. 우리가 건축물에서 얻는 아름다운 인상은 그것이 감당하는 압박의 강도와 비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불어난 강물을 건너는 다리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교각이 그 둘레에서 위협적으로 불어나는 물과 만나면서 계속 버티는 지점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의 발을 그 격류에 담그는 생각을 하며 몸을 떨고, 다리의 강화 콘크리트가 자신을 지배하려는 물살을 밀어내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존경한다. 마찬가지로 등대의 묵직한 돌벽도 숨을 막아 쓰러뜨리려는 악랄한 질풍 속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는 착한 거인처럼 보인다. ... 우리보다 강한 것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청미래)



중력, 불어나는 강물, 악랄한 질풍과 같은 외부의 제약이 건축물을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많은 제약은 우리의 성취를 더 값지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성공적인 결말을 갖고 있는 스토리에서 제약은 '성공을 위한 발판', '영웅담을 위한 필수적 장애 요소' 같은 것으로 표현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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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측면에서 제약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 지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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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하지현 신경정신과 교수의 '정신과 의사의 서재'라는 책에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억지로 나를 안심시키려 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가는 것에 몰입해야 한다'는 말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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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해야 하는 것 혹은 할 수 있는 것을 분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지 못하는 것 즉, 제약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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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제약은 상황을 명료하게 파악하고 발전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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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에 대해 너무 좋은 말만 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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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제약은 부정적으로 표현되곤 하니 제약을 위한 변호의 글로 봐주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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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thepsh-brunch/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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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thepsh-brunch/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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