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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SH May 18. 2022

정청은 왜 이자성을 살려뒀을까? - <신세계>

#PSH독서브런치176

사진 = 네이버 영화 <신세계> 스틸컷


※ 영화 <신세계(2013)>의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니 읽기 전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영화 <신세계>에서 골드문 그룹은 여러 지역의 조직 폭력배가 연합하여 결성한 기업체로, 금융, 건설, 무역, 엔터테인먼트, 관광 등의 계열사를 지닌 중견 그룹입니다. 이자성(이정재 분)은 강과장(최민식 분)의 지시로 골드문 그룹에 잠입하여 조직 2인자인 정청(황정민 분)의 큰 신뢰를 얻어 정청의 실질적인 오른팔이 되는 데 성공하죠. 그리고 어떤 계기에 의해 정청은 이자성이 경찰이었으며 꾸준히 조직의 정보를 경찰에 넘겼음을 알게 됩니다. 정청은 이자성 외에도 조직에 경찰 언더커버가 있음을 파악하고 이들을 이자성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죽이죠.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정청은 이자성을 처단하지 않습니다.


2. 정청이 이자성을 죽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추측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정청이 이자성을 너무도 아꼈기 때문에 차마 죽이지 못했다'는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이며, 둘이 피를 함께 나눈 각별한 사이임이 드러나는 영화 마지막 장면이 그 주된 근거로 제시되죠. 하지만 저는 정청이 감정적 측면보다 현실적이고 이성적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정청은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살인을 지시하기도 했으며, 본인이 칼이나 삽을 사용해 사람을 직접 죽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일반적인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정서적 공감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큰 죄책감 없이 여러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소시오패스 혹은 사이코패스로 의심되는 사람이라 보는 게 합리적일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본인을 대신해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자성을 죽인다면 본인 조직이 와해될 것이라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 정청이 중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챙길 때 이자성에게 한국에서의 조직 총괄 및 운영 업무를 맡겼고, 이자성 오른팔인 석무마저 경찰임이 드러나 본인이 직접 제거한 상황에서 이자성의 업무를 대체할 만한 적절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2) 그룹 회장 선거를 앞두고 본인의 심복을 경쟁자에게 공개할 수 없는 이유로 제거하기에는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는 점(즉, 제거하더라도 본인이 회장이 된 후에 제거하리라 마음 먹었을 수 있죠.) 3) 이자성이 심정적으로는 이미 자신에게 돌아섰을 수 있다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정청의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2.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직 내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단순하고 순진해서만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방어 기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때로는 단순하고 순진한 모습도 필요하지만, 필요한 경우 냉정하고 잔인한 모습도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구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고 그 사이 편차가 클수록 투수가 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정청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조직 내 2인자로 올라섰고 실질적인 그룹 후계자로 평가받는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정청과 이자성의 감정적 교류라는 한쪽 면만으로 그의 행동을 평가하기에는 제대로 된 인식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정청의 사고 과정을 추적해봄으로써 제가 얻을 수 있는 조직 생활에서의 힌트가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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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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