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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왜 퇴사 후에 초라해졌을까?

#PSH독서브런치234

by PSH
김부장.jpg 사진 =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공식 홈페이지


1. 송길영 작가는 『상상하지 말라』에서 "단순히 회사에서 일했던 시간은 경력이 아니다. 그 회사를 버리는 순간 할 수 있는 게 없는데 어떻게 나의 경력인가. 조직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높은 지위와 안위를 보장받는 것을 낙관하기엔 너무나 격정적이고 변화무쌍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대기업 퇴사 후 경력을 살려 재취업하고자 하지만 2025년 기준 최저 시급으로 환산한 월급인 200만 원 내외의 일자리도 찾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습니다. 류동민 교수는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서 원인을 다음과 같이 분석합니다. "근대산업사회가 시작되면서 노동은 점차 단순해졌고 흔히 파편화한 분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한 명의 노동자는 전체 생산 공정 가운데 지극히 일부분만을 담당하게 되었다. ... 숙련은 낱낱이 해체되어버렸다. 기획과 결정 같은 생각하는 일은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위의 누군가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그저 묵묵하게 그 생각에 따르면 족할 뿐이다. ... 결정하고 생각하는 이의 보수는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는 반면 이를 몸으로 실행해야 하는 이들의 보수는 그에 비하면 모래알만큼이나 작아진다."


2. 근로자 신분이지만 사기업 재무팀에서 일을 하다 보니 경영자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볼 때가 많습니다. 고용 안정, 복지를 바라는 근로자 입장과 저렴한 인건비와 어떠한 인력이든 대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경영자 입장 모두 이해되며 어느 한쪽이 윤리적으로 더 정당하다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주 4.5일제(주당 36시간 근무)가 도입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부강한 나라는 곧 세계적인 기업을 많이 보유한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저의 주된 관심은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저 개인 및 제 주변 사람들이 현재의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하면 가장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1+2. 드라마에서 송 과장은 이러한 문제에 나름의 답을 찾은 인물인 것처럼 보입니다. 틈틈이 부동산 투자로 직장 이외의 원천에서 현금 흐름을 만든 것으로 보이며, 직장 업무에서도 빈틈없는 모습을 보이죠. 이와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 방법 중에 하나가 태도를 바꾸는 것도 있지만, 약간의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순간 만만하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 자기결정권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게 인간을 끊임없이 긴장하게 만들거든요"라는 홍춘욱 작가의 말을 참고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작가TV, <주식투자로 돈 버는 매수 타이밍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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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에서 "자기 사업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일에 들어가는 시간이 얼마나 되든 어떤 착상에 몰입하기란 불가능하다. 즉 아주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근심과 책임감이 소중한 인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자기 사업을 하는 대신 피고용자 신분이라면 연구, 명상, 저술이 가능해진다"고 말합니다.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은 삶 전체가 죽음의 준비이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직장 생활에서 지혜로운 사람이란 신입사원 시절부터 근로자로서의 장점을 잘 살려 퇴사 후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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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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