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6.
마찬가지로 이 세상에서 네가 살아나가면서 해야 하는 각각의 의무도 여러 부분들이 한데 모여 결합된 것임을 기억하라. 너는 그 부분들을 잘 분별해 내서, 남들이 네게 화를 내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그 하나하나를 순서를 밟아 체계적으로 침착하게 완성해 나가야 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6 중에서
어제 종일 밖으로 다녀서 오늘은 일찍 자겠지? 기대를 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은서는 10시가 다 되어서, 선우 윤우는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내가 먼저 잠들어서 이것도 분명치 않다.
무엇 때문인지 은서는 새벽 중간중간 깨서 칭얼거렸고, 중간에 깬 김에 나도 새벽녘에 잠들었다.
7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은서가 나를 먼저 깨웠다.
비몽사몽간에 일어나 아침을 챙기고 아이들 등교를 시켰다.
오늘 신문을 읽고 책상에 엎드렸다.
은서에게 엄마랑 조금만 침대에 누워있자며 안방에 들어갔는데 그 길로 둘이서 다시 잤다.
꿈을 꾸다가 화들짝 놀라서 깼다.
9시 40분이었다.
'어떡해! 애들 완전 지각이다!' 싶어 뛰쳐나왔다가 '아, 학교 갔었구나.' 안심을 하고 잠이 들었다.
10시 40분. 띵, 띵 울리는 문자 소리와 초인종 소리에 또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다.
알라딘 책 광고, 이마트 쓱 배송 알림, 이제 서울 올라간다는 남동생의 문자 그리고 쓱 배송이 도착한 초인종 소리였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조용한 집에서 오늘 할 일을 적으며 정리해 봤다.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이 이상하다.
조용한 이 시간이 좋으면서도 은서가 언제 일어날지 몰라서 언제 깨질지 모르는데서 오는 불안감, 약간의 스릴감도 함께 느껴졌다.
밤잠 자듯이 낮잠 자는 은서에게 얘가 언제 자려고 이러나 긴장하게 된다.
오후에 밖에서 더 잘 뛰어놀 수 있게 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할 때를 위해 혼자인 이 시간을 더욱 잘 보내야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 뒤 가지는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선 낮 동안의 시간을 또 잘 써야 한다.
어제처럼 다음날 지장이 오는 시간은 지양해야 하지만 그 시간이 준 활력이 있었으니 퉁치기로 한다.
안방에서 "엄마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
오늘도 내가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균형을 맞춰가며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하나씩, 침착하게, 체계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