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7.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잘 맞고 유익해 보이는 것들에 끌려서 그렇게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한 것은 맞다. 그렇다면 화내지 말고,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보여주고 가르쳐 주어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7 중에서
“얘들아~ 우리 왔다~”
소리에 놀라 눈이 번쩍 뜨였다.
선우, 윤우라 생각하지 못하고 집에 누가 들어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문 열린 안방 앞에 선 사람은 선우와 윤우였다.
벌써 아이들 하교 시간이란 말인가, 우리는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지.
“아빠는?!”
“쉬이잇. 은서 자~”
문을 닫고 거실로 나오며 시계부터 쳐다봤다.
두 시였다.
오늘 아침에는 졸음이 밀려오는 데다 춥기까지 했다.
은서와 거실에 앉아 놀다가 방에서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거실에서 선우, 윤우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 이것저것 얘기했다.
선우는 기다렸던 체육 수업을 아이들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아 못 했다고 한다.
“속상했겠네… 기다렸었는데.”
그렇지만 오늘 칭찬을 받았다며 다시 기분 좋게 얘길 한다.
다른 선생님이 오는 참관 수업을 했는데 발표도 잘하고 수학 평가도 한 번에 100점을 받아서라고 했다.
윤우는 내일 가는 현장체험학습 얘기와 새로 가게 될 체험학습 장소 팸플릿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빠는 왜 아직 안 왔냐고 물었다.
둘 다 약간 더웠다는 옷을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한바탕 소란스러웠다가 다시 조용해진 거실에 작은 여운이 남아 있다.
거실 책상 앞에 앉았다.
자기 전 은서와 색칠 놀이하던 책상은 어질러진 데에 보태어 더 엉망이 되어 있다.
전날 밤, 늦게도록 자지 않는 아이들에게 어서 자라고, 내일 못 일어난다고, 이제 안 자면 거실 청소 다 해놓고 잘 거라고 했었다.
은서에게 인형을 주러 온 선우가 내 마지노선에 걸렸다.
그전에도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은서에게 잘 자라며 뽀뽀하고, 이불 덮어주고, 인형 갖다 주며 장난을 쳤던 참이었다.
“정선우! 이제 그만 자라고 했지! 넌 거실에 어질러 놓은 거 다 정리해놓고 자!”
이렇게 호통친 게 전날 밤의 마지막 말이었다.
동생이 귀여워 자꾸 찾아와서 보고 가는 마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어제와 크게 다를 거 없는 책상에 앉아 있으니 아이들에게 한 말과 행동이 후회스럽다.
90%가 아이들 물건이지만 쌓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정리하라고 얘기하거나, 미리 같이 했으면 됐을 텐데, 내가 일찍 자면 아이들도 더 일찍 잘 텐데….
학교생활도 잘하고 씩씩하게 놀러 나간 아이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래. 화내지 말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보여주고 가르쳐 주자. 아이들은 가르쳐 주면 돼. 문제는 내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지.’
그나저나 아깐 정신없어서 잠깐 잊고 있었다.
오면 “얘들아~ 우리 왔다~”라고 말한 윤우의 말부터 다시 알려줘야겠다. 요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