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 육신의 고된 노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8.

by 안현진

죽음은 감각으로 인해 우리가 받는 인상들,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충동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생각들, 육신의 고된 노역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8



남편과 은서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왔다.

저번 가족 라이딩 때보다 훨씬 더 많이 탔다.

자전거 도로에 오르막 구간이 있었는데, 멈추고 싶은 걸 남편의 독려에 겨우겨우 지나갔다.

멈추면 더 힘들다고, 계속 가라고, 등도 몇 번 떠밀어주었다.

“으아아아 힘들어!!”

외치며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그 구간이 지나니 내리막길이 나왔다.

수월하게 쌔애앵 지나갔다.

살 것 같았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우리 인생과 같다는 남편의 진부한 비유에 함께 웃으며 대학가로 왔다.

밀면 맛집에 가서 물밀면, 비빔밀면을 나눠 먹었다.

그런 다음엔 내 자전거를 산 아파트에 다시 들려 안장 기둥을 받아왔다.

그날 받지 못한 것을 오늘 받게 되었다.

우리에게 자전거를 판 사람은 아들이었고, 오늘은 부모님이 나와 계셨다.

어머니가 몇 번 안 탄 거라고,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타고 다니는 거 보니까 좋다며 웃으셨다.

그러곤 또 근처 아파트에서 남편의 면도기를 당근 거래했다.

새 걸로 사주고 싶었던 건데 그 당시엔 괜찮다고 몇 번이나 거절하던 제품이었다.

내일은 결혼기념일 9주년이다.

남편이 자전거도, 자전거 바구니도 결혼기념일 선물이라 하고, 면도기도 내가 사준 셈 치겠다고 했다.

차로만 다닐 땐 차도 가까이 건물만 보여서 몰랐는데 오늘 골목골목 다니니 새로웠다.

낯선 동네를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다리는 아프지만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니 좋았다.

은서가 좀 더 크면 안장을 달아서 같이 태워 다녀야겠다.

일상에 새로운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살아 있다는 것은 오르막 내리막길 같은 것이다.

진부하지만 맞는 말이다.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다가도 그 시기를 지나면 편안해지고 힘듦 후에 오는 행복을 더 크게 느낀다.

집에 돌아와서 거실에 앉아 있으니 아이들도 학교에서 돌아왔다.

체험학습 잘 갔다 왔느냐고 물으니 재밌었다고, 이것저것 얘기한다.

윤우가 만들어온 고구마빵을 먹으며 당충전 했다.

선우, 윤우는 곧바로 놀러 나가고 우리 셋은 씻고 쉬었다.

다리가 뻐근하다.

남편은 이 통증을 즐기라고 한다.

이 통증이 내 다리를 튼튼하게 해 주고 체력도 길러줄 테다.

이렇듯 살다가 부닥치는 시련도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몇 번이나 멈추고 싶은 나를 등 떠밀어주던 배우자도 10년, 20년, 30년 … 평생 함께 할 테니 무슨 걱정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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