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먼저 굴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9.

by 안현진


인생에서 육신은 아직 굴복하지 않는데 정신이 먼저 굴복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29



전날의 고강도 운동과 늦잠의 피로가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

은서가 낮잠 잘 때 하고 싶은 일이 몇 가지 있었다.

몸이 무거워 어느 것 하나 하지 못하고 같이 자버렸다.

어둑해질 무렵 선우, 윤우가 차례로 들어와 씻는 소리에 일어났다.

몸은 여전히 무겁고 건조한 손은 갈라져 아프다.

날이 추워지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 얼굴도 붉게 올라온다.

선우는 오늘 학교에서도 몸이 좋지 않아 담임 선생님께 잘 살펴봐달라는 문자를 받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불안함, 환경에 대한 걱정, 혼자 스트레스받는 문제에 대한 고민과 행동이 후져 보였다.

내 문제가 아님에도 고스란히 받는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서다.

강경하거나 유연해야 하는데 거의 무방비 상태다.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생각이 나온다.

그렇다면 넉넉하지 않은 마음은 몸이 마음을 담을 만큼 넉넉하지 않아서, 체력이 약해서일까.

다리도 뻐근하고 몸이 찌뿌둥한데도 남편과 또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본 하늘과 구름, 강, 산 그리고 귓가에 울리는 바람 소리가 좋았다.

모든 걸 품고 내어주는 자연을 보고 느끼면, 나도 더 큰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자전거 타기가 나의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해 줄 새로운 길인가 보다.

스스로의 생각과 태도가 못났다 여겨질 때 부족한 마음을 넓히고 싶어서 또 자전거를 타고 싶은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면서 보고 느끼는 순간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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