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1.
잠에서 깨어나서 다시 정신을 차려라.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너를 괴롭히던 것들이 너의 꿈에서 일어났던 일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이제는 네가 깨어 있을 때 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너의 꿈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라.
-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1
온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오후.
아이들은 옥토넛을 보고, 남편은 자전거 체인을 바꾸고,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 문장을 필사하고 잠에 관해 생각하다 보니 잠이 온다.
영화 <잠> 보고 싶었는데, 좋아하는 이선균 배우가 지금 기사에 오르내리던데, 사실일까, 밤에 또 꿈을 꿨었는데, 남편 별명 적는 난에 이렇게 적을까 저렇게 적을까 물어보며 웃었는데, 뜬금없는 그런 꿈은 왜 꾸는 걸까 … 이런 생각을 하며 눈이 무겁게 감겼다 떴다 한다.
안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나면 꿈이라서 다행이다 안도한다.
내가 깨어있을 때 보는 모든 것들이 내 꿈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 생각하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갑자기 영화 <인셉션>을 보며 앉아 있던 내가 떠오른다.
재밌고 신기하고 놀라운 영화였다.
이해가 조금 느린 편이라 한 번 놓치면 따라가기가 힘들어 놓치지 않으려고 초집중 상태로 스크린을 응시했었다.
그러다 후반부에 놓쳐버렸다.
팽이는 돌아가고 돌아가고 돌아가고 ….
영화가 끝나고 그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혼란스러워하며 영화관을 빠져나왔었다.
거실에선 영어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고, 등 뒤에선 남편의 자전거 바퀴 소리가 쌔애애앵 돌아가고, 나는 어느새 꾸벅꾸벅 졸고 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면 곧장 침대로 직행했을 것이다.
잠, 꿈과 관련된 영화를 떠올리다 잠깐 다른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다.
티비 보는 시간이 끝나니 각자 말하고 활동하느라 소란스러워졌다.
"은서 예쁘다아아~"
남편이 은서를 안으려고 쫓아온다.
은서는 도망간다고 웃으며 내게 달려온다.
그 모습을 보더니 쥐띠라고 "쥐네 쥐~" 한다.
그러자 은서가 "쥐 아니야! 은서야!" 버럭 한다.
잠에서 깨어나 다시 정신을 차렸다.
가끔 현실 같은 꿈도 꾸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꿈이 아니다.
"엄마, 슈퍼맨이 어렸을 때를 다섯 글자로 줄이면 뭐게?"
"엄마, 연필 어딨어?"
"엄마, 이거 막대기 어딨어?"
세 아이가 각자 다른 이유로 말을 걸고 찾아온다.
일요일 같은 토요일이 어두워지고 있다.
오늘 밤엔 어떤 꿈을 꾸려나.
생각만 하던 꿈 노트를 만들어야겠다.
엉뚱하고 이상하고 웃기고 재밌고 무서운 꿈들을 적다 보면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져 나올지 모를 일이지 않는가.
갑자기 잠자는 시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