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은 그 중에서도 오직 현재적인 것만을 상관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2.

by 안현진

정신은 그 중에서도 오직 현재적인 것만을 상관한다. 정신의 활동 영역에 속한 것들 중에서 미래나 과거에 속한 것들은 현재에 있어서는 가치중립적인 것으로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2 중에서



오늘은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졸지 않고 쭈욱 깨어있어서일까.

어느 것 하나 진득하게 이뤄낸 게 없어서일까.

드라마 한 편, 소설책 조금, 집 청소와 식사 준비 등 모든 게 뚝뚝 끊기듯 이어졌다.

어제는 일요일 같은 토요일이더니, 오늘은 평일 같은 일요일이다.

하지만 이번 주말 동안 읽고 쓰고 생각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

지향하는 글쓰기와 책의 분위기, 내 글에 대한 확고함, 꿈꾸는 삶의 방향이다.

쓰는 삶에 대해 잠시 길 잃은 것 같을 때도 그 상태로 오래 있지 않는다.

매 순간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하기에 가능하다.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도, 이렇게 살아라 할 수도 없다.

조언은 해주더라도 그 조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며칠 전, 갑자기 운전대에 앉았던 날이 있었다.

나는 국도보다 시내 주행을 훨씬 겁내해서 운전이 안 느는 것도 있다.

남편이 조수석에 앉고 자신이 핸들 조작 다 할 테니 나는 엑셀, 브레이크만 천천히 밟아보라고 했다.

차로 5분 거리라 멀지 않았지만 긴장은 많이 됐다.

정말 남편이 핸들을 다 조작했다.

나는 아바타처럼 하라는 대로 브레이크와 엑셀을 번갈아 밟으며 주위를 살폈다.

우회전해서 아파트 입구로 진입하려는데 도로에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정차한 차, 느리게 간다고 뒤에서 빵빵하는 차에 당황했지만 어쩌다 보니 지하주차장에 주차까지 완료했다.

남편은 아주 잘했다며, 이렇게 감 익혀 나가는 거라며, 이 방법으로 운전 연습을 해야겠다고 한다.

분명 내가 운전했는데 전혀 내가 운전한 것 같지 않았다.

흔히 운전대를 인생과 많이 비유한다.

아바타처럼 운전했던 날은 핸들이라는 주도권을 남에게 다 넘긴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했다.

운전과 삶의 방향키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운전대는 남이 잡아 줘서 목적지까지 올 수는 있지만 삶의 주도권은 타인에게 넘겨줘버리면 제대로 된 목적지에 도착할 수가 없다.

엉뚱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훨씬 높다.

느리더라도, 돌아가더라도 내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실패해 봐야 목적지에서 뿌듯하게 웃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당당하게 말이다.


이전 07화잠에서 깨어나서 다시 정신을 차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