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나 철학이 만들어 내고자 하는 그런 이상적인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0.

by 안현진

언제까지나 철학이 만들어 내고자 하는 그런 이상적인 사람으로 남기 위해 애쓰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6권 30 중에서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읽으면서 '이분의 시는 어렵구나.' 생각했었다.

그래도 문장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좋아 진은영 시인의 영상을 찾아봤었다.

북토크, 강의, 인터뷰 등에서 잠깐잠깐 시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면 그 안에 담긴 의미에 놀랐다.

'아! 오래된 거리가 그 의미였구나!'

'와, 그래서 이런 비유를 한 거였구나!'

시는 의미를 다 모르고 읽어도 좋지만 이면의 뜻을 알게 되면 더 재밌다.

오늘 우연히 진은영 시인의 영상을 또 하나 보게 되었다.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할 때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저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야간대학이라도 문학을 전공하는 과를 가볼까 해요."

그랬더니 언니가 좋은 시인이 되려면 철학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줘서 철학과에 진학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철학 공부할 때 쓰던 오래된 노트 한 권을 보여주었다.

앞에는 철학 공부한 내용이, 뒤에는 습작하던 시가 쓰여있었다.

자신은 잘 모르는데 독자나 비평가는 진은영 시인의 시를 '문학 전공한 작가들과는 다른 색깔을 시 작품 속에서 만들어 내고 있다.'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오늘 클래식 라디오를 들을 때 쇼펜하우어 얘기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며 들었다.

오늘이 쇼펜하우어에 관한 마지막 이야기 시간이라며 그의 인생 후반부 얘기였다.

낙관론적 철학의 헤겔이 콜레라로 죽은 뒤에야 염세주의적인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즈음 그도 죽음이 멀지 않았다.

수많은 예술가, 철학가에게 영감을 준 철학자 쇼펜하우어와 철학을 공부한 진은영 시인.

그리고 이 두 사람을 유튜브 영상과 클래식 채널 라디오에서 보고 들은 나.

그래서 도서관에 갔을 때 진은영 시인의 첫 시집인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빌리고 반쯤 읽다 꽂아 둔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을 다시 꺼냈다.

내 글이 어떤 색깔과 분위기를 띌지는 모르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만큼은 분명하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시간을 깊이 있게 가져야 한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리자.

물론, 계속 써 나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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