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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3. 2024

과거는 그 자리에 두고 다시 현재를 살아갈 시간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5.

상실은 변화일 뿐이고 그 이상의 것이 아니다. 우주의 본성은 변화를 좋아하고, 우주의 본성으로부터 생겨나는 모든 것은 선하다. 이것은 영원부터 그랬고, 영원까지 그럴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5 중에서



남편의 젊은 날 취미는 총이었다.

주말이면 가끔 서바이벌 게임도 다녔었다.

집에서는 총을 고치고, 정비하고, 사고, 되팔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어제 무주에 갔던 것도 총모임이 크게 있어서였다.

게임에 참여하기보다 오랜만에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간 거였다.

가는 길에 남편은 조금 설레 보였다.

젊은 날의 취미여서 그런지 젊어진 기분이 든다고 했다.

풀착장을 한 사람들이 진짜 같은 가짜 총을 들고 왔다 갔다 했다.

헬멧, 고글, 허리띠, 조끼, 모자 등 이런 아이템도 얼마나 샀었는지 모른다.

내가 거적때기라고 부르며 기겁하던 헝겊 뭉치들(잠복용으로 쓰는)도 아직 창고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한때 열정적으로 하던 취미는 과거 일이 되고, 어릴 때 아빠 따라다니던 꼬마들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다.

늦게 결혼한 형들은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데려오기도 했다.

오래 봐 온 사람들을 한 번씩 만나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나 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계획과 고민을 얘기했다.

자신만의 무기, 더 강한 나만의 무기를 갖추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다.

과거의 시간은 뒤에 남겨두고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주말 동안 아이들은 누나와 동생들, 친구를 만나며 신나게 놀았다.

모두 직장과 학교로 돌아가고 다시 은서와 나만 남았다.

사람, 자연, 물건 모두 변한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나는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

정신 차리고 내 하루를 지키며 남이 아니라 스스로한테 증명해 내야 한다.

핸드폰은 멀리하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것.

지금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야만 미래의 내게 떳떳할 수 있다.

과거의 내게 고마워하는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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