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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Aug 12. 2024

무언가에 대한 판단을 중단하는 일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1.

네가 피하거나 추구하는 외적인 대상들이 있다면, 그것들이 너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네 자신이 그것들에게로 나아가거나 피하는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들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라. 그러면 그것들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고, 네가 추구하거나 피하는 일도 없게 될 것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1.



오늘 문장에선 피하고 싶거나 추구하는 외적 대상들에 대한 판단을 멈추면 내가 추구하거나 피하는 일도 없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당장에 피하거나 추구하는 외적 대상들이 있는가.


며칠 전, 내가 가고 싶었던 집이 팔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격 때문에 포기했던 집이었다.

무리하면 살 수도 있는 집이었지만, 말 그대로 많은 무리를 해야만 했었다.

그 집을 샀더라면 어땠을까, 리모델링과 청소, 민원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지는 않았겠지, 그 집은 누가 샀을까… 와 같은 상념에 잠겼다.

집은 그대로 있을 뿐인데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비교하는 자신이 못나 보여 얼른 털어냈다.


외적인 대상은 움직이는 듯 보이나 고정적이다.

대상이 달라지기에 유기적인 존재로 보일 뿐이다.

피하거나 추구하는 대상은 물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어떤 명예일 수도 있다.

대상들이 불현듯 내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들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외부 대상뿐만 아니라 내적인 대상들도 판단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스스로 깎아내지 않는 만큼 더욱 반짝거릴 테다.

그렇다면 무언가에 대한 판단을 중단하는 일은 내·외적으로 내게 도움 되는 일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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