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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현실로, 가짜에서 진짜로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3.

by 안현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누가 미생고를 정직하다 했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식초를 얻으러 가자, 그는 이웃집에서 얻어다가 주었다고 한다.”


-《논어》, 공자_제5편 공야장(公冶長) 23.



어쩌다 오게 된 지 모르는 이 세계에서 나는 신입생이었다.

점심시간,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선다.

나도 그중 한 무리에 끼어 엘리베이터를 탔다.

새것과 으리으리한 건물 안에서 어떤 점심을 먹게 될지 기대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비웃음, 혐오, 분노로 가득한 채 지정된 식당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간다.

저건 진짜 음식이 아니야, 뇌를 속여서 그 음식을 먹었다 착각하게 하는 거야, 맛있는 걸 먹었다 생각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안 먹고 굶은 거야.


혼란스러운 나는 일단 식당으로 갔다.

넓고 깔끔한 식당에는 썰렁하리만큼 식탁들이 비어 있었다.

곳곳에 술에 잔뜩 취한 채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열띤 토론을 하며 식사 중인 연예인들도 있었다.

찝찝하고 무서웠다.

깨작거리며 먹는 척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

그때 나를 여기에 데려온 여자가 또각또각 다가온다.

지내기에 어떠냐, 음식은 어떠냐, 왜 갑자기 일어서서 가려는 것이냐고 상냥한 얼굴로 묻는다.

대답을 하면서도 어떻게 여기를, 이 여자를 벗어나지 궁리해 보지만 답이 나오질 않았다.

그때, 알람 소리가 날 깨웠다.


아, 꿈이었구나.

왜 이런 꿈을 꿨을까.

주말 동안 봤던 책, 기분 변화, 긴장감 등이 복합적으로 섞여서 꿈속 세계를 만든 것 같다.

진실을 알아버려서 벗어나고 싶은데 꼼짝 못하고 붙잡혀 있는 두려움은 꿈속에서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자고 있는 아이 곁에서 더 머물러 있고 싶었지만 일어나 나왔다.

오늘 문장을 필사하는데 모든 게 연결되는 것 같았다.

주말에 읽은 《복제인간 윤봉구》시리즈, 꿈속의 가짜 세계, 자신의 것이 아닌 식초를 내준 문장 속 미생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월요일을 기다렸다.

나도 가짜인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살아갈 시간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성실히 살아가는 하루가 모여 진짜 내 인생이 된다.

오늘 그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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