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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12. 2021

우리들의 시간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OFRAU)


1

스위스와 한국의 시차는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7시간, 끝나면 8시간 차이가 난다. 그리고 스위스가 한국보다 느리다. 그래서 나의 인사는 매년 늦었다. 생일 축하도 그리고 새해인사도. 하루 전에 미리 연락하고 자도 되지만, 뭐랄까 너무 형식적이랄까. 한국 시간에 맞춰 생일 축하해라는 인사를 전하고 정작 나는 답장을 확인하지 못한 채 잠이 들면 나의 인사는 뭐랄까 너무 정이 없달까. 

*서머타임(Summer Time) : 공식 명칭은 일광 절약 시간제(Daylight Saving Time, DST)

올해 서머타임 : 시작 2021.03.28.일 - 종료 2021.10.31.일



2

스위스 오전 8시, 한국 오후 3시.

스위스 아침에 한국에서 바쁜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인들에게 연락을 할 때면 혹시라도 나의 연락이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지금 아침을 시작하는데 그대들의 오후는 평안한 지 문득 궁금해지면 안부를 전하곤 했다. 그때 그 연락이 행여나 바쁜 시간에 방해가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건 온전히 나의 생각이었지만. 


스위스 오후 1시, 한국 오후 8시.

스위스의 오후가 시작될 때 한국은 저녁시간이 마무리되고 밤을 준비한다. 이 시간에 연락이 닿은 친구는 매번 그런 말을 했다. 


“아직도 신기해. 이제 1시 라니. 오늘 뭐 할 거야?”

“나도 신기해. 벌써 8시 라니. 너는 오늘 뭐했어?”


서로 새삼스럽게 뭘 할지 묻는 친구와 뭐 했냐고 묻는 나는 서로의 시간이 신기했고, 우리는 다른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여전히 함께 였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친구는 오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를 정리하는 지금 이 시간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함께 나누어 주었다. 나 역시도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수다는 시차에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이어졌다. 통화가 마무리될 즈음엔 다음을 꼭 기약했다. 한국에서 “그럼 다음 주에 봐.” 하고 약속을 잡았던 우리처럼 “다음 주에 또 봐.” 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우리들의 시간은 다른 것 같으나 다르지 않다. 


통화를 할 때면 하루를 먼저 시작하고 먼저 마무리하는 친구에게 나는 조금 더 긴 하루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혹 기쁜 날이었다면 그 기쁨이 더 오래가도록 나의 남은 시간을 알려주었고, 혹 힘든 날이었다면 친구의 힘든 오늘이 지나가도록 친구의 내일이 올 때까지 통화했다. 그리고 친구의 내일은 행복으로 가득 차길 바랐다. 친구도 물론 나의 남은 하루를 행복으로 가득 채워 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도 해주고 응원도 해줬다. 잠이 들기 전에 생각나는 일들이 많을 수 있으니 걱정 같은 거 하지 말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나보다 7시간 앞선 친구의 메시지는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가끔은 미래에서 걸려온 전화 같기도 했다. 고마웠다. 우리들의 시간은 특별하다.



3

스위스 오후 4시, 한국 오후 11시.

생일 축하해!

한국시간으로 곧 밤 12시가 지나도 여긴 오후 5시일 테니까

네가 잠이 들어도 너의 생일은 끝나지 않고 계속될 거야.



2021.07.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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