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Jason Leung on Unsplash
월.
present
Noun. 현재, 오늘날
Noun. 선물
(참고 : 네이버 영어사전)
오늘과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되는 일이 있다. 그래서일까, 현재라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가 선물이라는 뜻도 가지게 된 건 정말 아무 의미 없을까.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가슴 뛰는 경험을 한 오늘, 이 날을 기념하려고 괜히 사전을 찾아가며 오늘과 현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겼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을 오늘을 나는 그렇게 기억하고자 했다. 현재, 오늘날 그리고 선물.
화.
열심히 준비한 것만큼 그에 대한 결과 혹은 보상을 잘 받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건 큰 아픔이 되기도 했고, 좌절이 되기도 했고 또한 다시 일어서기 어려울 만큼 무력감을 주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나만 겪는 것은 아닐 텐데 왜 그런 일을 겪을 때면 온 세상의 어려움은 내가 다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수많은 일들 가운데 수많은 좌절을 경험할 텐데 그때마다 똑같이 쓰러질까 또 미리 걱정이다. 그저 언젠가 뜻하지 않은 선물이 될 수 있는 오늘을 살면 그만인데. 그리고 이런 생각은 또 이렇게 몸과 마음이 여유로울 때 드는 건지 모르겠다.
수.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맞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한 적도 많다. 잘 적응하고 있는 건지,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스스로 안부를 물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잘 적응하는 거 같은데, 잘 지내고 있는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지만 그 뒤로 약간의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랄까 그런 게 마음속 어딘가에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뭔가가 더 필요할 것 같고 뭔가를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는, 약간의 텅 빈 마음이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그 빈 공간에 무엇이든 채워 넣으려고 노력했다. 언어 공부를 하는 것이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일이든, 여행을 가는 일이든 여러 가지 일들로 꽉꽉 채워 넣으려고 했다. 몸도 마음도 바쁘게 지내야 이곳에 잘 적응하며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로 인해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는 그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숙제를 하나씩 지워나가는 삶이 일상이 되었다.
'무엇을 위한 걸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적응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 물음, 의문. 누가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나 스스로 위안을 삼으려고 그저 매일매일을 바쁘게만 살려고 했던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것들은 다 내가 행복해지려고 그런 거 아닌가.'
이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또 잘 지내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이곳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건데,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은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의 행복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오늘 내가 행복했었는지, 지금 나는 행복한지 그리고 그런 오늘이 또한 언젠가의 선물로 남게 될지 궁금했다.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곰돌이 푸우
2021.08. 스위스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