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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an 11. 2022

새해맞이 플레이리스트

스위스 일기(photo by.  @JOFRAU)

새해맞이

맥시멀 리스트인 나는 아이러니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가진 것에 행복하고 욕심부리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러면서도 새해 목표, 신년 계획 리스트는 점점 길어진다. 이게 다 미니멀 라이프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합리화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고 또 일도 열심히 해야겠고 뭐 하나 열심히가 안 들어간 게 없다. 지금까지 딱히 게으르게 지낸 것도 아닌데 왜 새해만 되면 그렇게 열심히라는 말에 집착을 하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다짐한 게 몇 년 전부터 더라.



정지

스위스에서의 2년이 금방 갔다. 비록 생각보다 자유롭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큰 시간이기도 했지만 어디 나뿐만이겠나 하는 생각을 위로 삼아 3년 차 스위스 댁, 루체른 댁을 바라본다. 가장 큰 바람은 건강한 세상이지만 '건강했던 그때로 돌아가게만 해주세요.' 라고 감히 쉽게 바라지 못한다. 그 이유는 건강한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또 그 시간만큼 사람은 얼마나 무기력해질 수 있는지를 겪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빌고 싶지 않은 소망이기 때문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올해 정말 가장 큰 바람은 건강한 세상이다.



되감기

지난 2년 동안 이곳에서 나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고, 한국에서는 이곳의 우리들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또 적응이 되었다가 다시 걱정이 커졌다가 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 과정 속에서 꽤 많이 지치고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한국보다 자유롭게 다니는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걱정만 날로 커졌던 가족들에게 매번 잘 지낸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벅찬 날들도 물론 있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그랬을 것이다. 작고 사소하지만 기분 좋은 소식은 부풀려 크게 말하면서 정작 크고 중요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은 최대한 늦게 혹은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서로 노력했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배려했을 것이다. 건강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마음만은 건강하라고. 



빨리 감기

올해 나의 가장 큰 바람은 건강한 세상이고 그에 뒤따라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은 2022년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선택하든 후회와 아쉬움은 항상 뒤따르겠지만, 금방 털어버리고 아무도 모르는 내일과 그다음 날들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보내고 싶다. 내 성격에 초긍정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올 한 해를 되감기 해봤을 때 미소를 지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끄덕임의 이유 중 하나가 '열심히' 라면 내가 세운 새해 목표는 욕심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2022년 12월쯤이 되려나, 그때 내 모습을 상상만 해도 좋다.



재생

가진 것에 행복하고 열심히 해야 하는 일에만 욕심을 부리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맥시멀 리스트는 여기에 한 가지 더, 미니멀 라이프도 꿈꾸겠지. 하지만 이 모든 게 작심삼일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 



스위스 일기(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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