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2를 통해 바라본 마블의 과도기
지금의 마블은 분명 중요한 과도기에 있습니다.
마블의 리더 닥터 스트레인지?
현재 마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를 말하라면 스파이더맨, 토르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닥터 스트레인지의 역할은 앞으로 마블의 계획에 앞장서야 하는 인물입니다. 여러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차원과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끄는 것으로 보여 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솔로 영화 1편에서는 다른 차원을 여행하는 이야기와 도르마무라는 우주적 존재를 등장시켰고 인피니티 사가에서는 결정적으로 엔드게임으로 모두를 인도했습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는 멀티버스의 개념을 관객에게 시각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선사했습니다. 모두가 예상했듯이 이것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후속 솔로 영화를 위한 초석이었으며 그 후속작이 개봉했습니다.
멀티버스를 향한 마블의 거대한 한 걸음
앞서 소개했듯이 앞으로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세계관 전체를 멀티버스라는 개념으로 이끌어야 하는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까요? 이 역할만큼은 탁월하게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멀티버스와 연관된 상상하지 못한 전개와 캐릭터, 그리고 시퀀스들이 등장할 때마다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관객의 반응이 예상과는 다릅니다. 마블에서 큰 인기를 거머쥐고 있는 인물의 두 번째 솔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아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반응의 본질은 마블이 현재 반드시 겪어야 할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블의 결정과 방향성
지금의 마블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도 과도기에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인피니티 사가’라는 영화 프랜차이즈의 판을 뒤흔들었던 거대한 여정이 끝나고 이제는 새 출발을 해야 할 때입니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기존 어벤저스의 배우들은 여러 편의 영화를 계약하기에는 제작자의 입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사라집니다. 영화 제작뿐만 아니라 마블의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이야기를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10년 넘게 이어져 왔고 모두가 즐겼던 여정을 다시 시작하면서 같은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준다면 관객의 반응은 좋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당장의 반응은 폭발적일 것입니다. 우리는 ‘인피니티 사가’를 겪었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기존 어벤저스 멤버들에게 애정이 있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영화를 소비하는 세대는 점점 기존 어벤저스에 큰 관심이 없는 세대로 변할 것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2010년대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이 돌아온 영향이 컸습니다. 그런데 관객 중에서 꽤 많은 사람이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기억만 했습니다. 심지어는 앤드루 가필드의 스파이더맨도 몇몇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못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제작자는 이 영화가 스파이더맨의 엔드게임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블은 기존 히어로들이 언젠가 사람들에게서 잊힐 것을 알고 있기에 마지막으로 인기가 절정인 시기에 작별 인사하는 영화 두 편을 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마블은 앞으로 자신들이 무한한 변화와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는 ‘멀티버스’를 택했습니다.
우려와 기대
마블의 결단이 영화계에 어떤 변화를 줄지는 더욱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미즈 마블’과 최근 개봉했던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우려가 가중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언제나 치밀한 계획 속에서 움직였던 마블이었기에 멀티버스에서도 조금의 기대감을 걸면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