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방정환의 해녀이야기

해녀이야기와 어울리는 이중섭 그림은 서귀포의 환상

by 호곤 별다방

안녕하세요. 호곤 별다방입니다. 호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노래가사(어린이날 방정환, 황소그림 중섭)에 나오는, 두 위인을 <방정환 글 이중섭 그림 호곤 엮음>으로 연결합니다. 어린이날의 창시자 소파 방정환과 대한민국의 서양화가 대향 이중섭의 공통점은 어린이를 많이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동문학가 소파(小波) 방정환 Bang Jeong-hwan(1899.11.09. ~ 1931.07.23. 향년 31세)

서양화가 대향(大鄕) 이중섭 Lee Jung-sub(1916.09.16. ~ 1956.09.06. 향년 39세)




아주 옛날에도 해녀가 살았지요. 제주도에만 사는 것이 아니라 경상도 울산에도 해녀가 살았다고 합니다. 해녀 아씨들을 보고 온 방정환 선생님의 이야기 들어볼게요. 장생포 물가의 해녀 아씨를 보고 와서 남긴 글입니다. 해녀는 바닷속에 해삼이나 전복이 있다면 어디든 간다고 하네요. 해녀들을 묘사한 방정환 선생님의 구수한 이야기 시작할게요.



海女 [해녀] 이야기

방정환

─ 사시사철 물속에 살면서 여름에는 오히려 추워하는 ─


나는 이번에 경상도 울산에 갔던 길에 늘 보고 싶어 원하던 해녀의 살림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동화에 나오는 인어 아씨와 같이 사시사철 물속에 들어가 살면서 바다

속에 있는 전복, 해삼, 청각, 미역, 문어 같은 것을 따 내오는 해녀 아씨

들! 어려서부터 이 날까지 나는 어떻게 보고 싶어 하였는지 모릅니다.

이번 울산에 갔던 길에 그곳 성우회(城友會) 김택천 씨 외 여러 어른의

호의로 이름도 좋은 장생포 물가의 해녀 아씨를 보고 온 것을 한없이 기뻐

하고 또 감사합니다.

해녀 아씨들은 우리나라 맨 끝 제주도라는 섬에서 나서 거기서만 살고 있

는데, 거기서는 그들을 보자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전에는 제주도에서만

꼭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바닷속에 해삼이나 전복 같은 것이 많이 있기만

하면 어디든지 간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은 저어 함경도에도 가고 일본에 까

지 많이 가는데 이곳 울산 근처에도 바닷가에 많이 와 있다 합니다.

조그만 나룻배로 물을 건너 고래 잡는 회사를 지나 장생포에 그들을 찾아

간 때는 7월 24일, 마침 날이 흐리고 물이 흐리고 물결이 이는 저녁 때라,

해녀 아씨들은 한 사람도 물가에 있지 아니하고 집 속에서 저녁밥을 짓고

있었습니다.

파도가 들고나는 물가에, 파출소나 주재소 같이 길쭉한 일본집에 십여 명

의 해녀가 혹은 눕고 혹은 앉아서, ‘이랬스꼬마, 저랬스꼬마’하고 말끝마

다 ‘스꼬마’를 붙여서 주고받고 하는 소리는 우리로는 도무지 무슨 말인

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마치 외국 여자나 아주 물속의 딴 나라 여자를 만

난 것 같았습니다.

간신히 그들과 같이 있는 남자 한 분을 청하여 우리의 온 뜻을 말씀하고

잠깐만 물에 들어가는 것을 구경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하니까, 오늘같이 물

이 흐린 날은 춥기만 하고, 물속에 들어가도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

으니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면서, 특별히 그중의 네 분만 장난 삼아 물에 들

어가기로 되었습니다.

물에 들어갈 해녀 아씨들은 벌떡벌떡 일어나더니 부끄러움도 안 타고 옷을

훌훌 벗고 나서는데 보니까, 살빛이 바닷바람에 쏘이고 물에 부대끼고 하여

검고 붉어 구릿빛 같은데, 머리도 붉고 누르고……. 그러니까, 이가 유난히

희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유난스럽게 눈에 띄는 것은 그이들의 몸이 몹시 잘

발달된 것입니다. 가슴이 어떻게 크고 퉁퉁하게 쑥 내밀었는지 큰 방구리나

큰 박만 해 보이고 가슴 밑에서 잘룩하였다가 다시 배가 또 그렇게 퉁퉁하

게 쑥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뒤로는 궁둥이라 하는지 볼기라 하는지 또 큰

박덩이 같이 통하게 뒤로 불거졌습니다. 그리하여, 그 모양은 커다란 박덩

이 같은 세 개의 둥근 덩이로 되어 있다고 하여도 거짓말이 아닙니다. 몸이

그렇게 발달이 되었으니까, 팔과 다리도 몹시 굵고 튼튼하게 된 것은 물론

입니다.

그렇게 튼튼한 몸에(머리에는 수건을 감고) 마치 해수욕 복장 같은 간단한

옷을, 어깨에 멜빵을 걸어 배와 허리와 볼기만 간신히 가리고 나서서, 바다

에서 잡은 것 담을 굵은 망태와 속만 훑어 닦아낸 큰 뒤웅박을 들고 ‘야

아, 대맹이를 깨겠구마.’하면서, 우리 앞을 지나 바닷물로 걸어갑니다. 오

늘같이 날이 흐리고 물이 흐려서는 물 속에 들어갔다가 보이지 않아서 바위

에 부딪쳐서 머리를 깨뜨리기 쉽겠구나 하는 말이라 합니다.

바닷물에 들어서더니 망태와 박을 먼저 물에 띄우고, 자기도 엎드려 들어

가서 쑤욱쑥 헤엄을 치더니 순식간에 벌써 멀리 헤엄쳐 가서 머리만 하얗고

까맣게 보이는 것이 마치 오리가 물 위에 뜬 것 같았습니다.

그 때에, 그들은 머리에 감았던 안경(마치 비행하는 사람이나 자동차 운전

수의 커다란 안경과 똑같은 것)을 내리어 눈에 쓰더니, 눈깜짝할 동안에 머

리가 물 속으로 쑥 들어가면서 두 발이 빳빳하게 물 위에 솟더니, 그대로

물 속으로 쑥 들어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입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하고 서른다섯까지 헤일 동안, 물 속

에 있다가 다시 물 위로 불끈 솟아나더니, 저 혼자 떠다니는 박과 망태를

좇아가 붙잡아서 박을 가슴에 안고 물 위에 가만히 엎드려서 쉽니다. 물 속

에서는 전혀 숨을 쉬지 못하니까, 물 속에서 숨이 가쁘고 된 즉 숨을 쉬려

고 얼른 나오는 것이랍니다.

그래 나와서는 한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므로 숨쉴 때 입에서

홱! 하고 기적 같은 소리가 납니다.

끝이 없이 넓은 바다에 푸른 물결만 출렁거리는데 여기저기 박을 끼고 있

는 해녀 아씨들이 홱! 홱! 숨쉬는 소리가 물결 위를 거슬러 오면 몹시 처량

하게 들립니다.

물 위에 떠서 잠깐 쉬고는 또 들어가고 한참만에 또 나와서 홰액 하고 들

어가고……. 이렇게 몇 번인지 거듭하다가 한 30 분쯤 지나서 다시 헤엄을

쳐 나오는데 잠수복은 물에 젖어서 몸에 젖어 착 달라붙고 머리에서는 낙수

물같이 물이 흐르는데, 손에 들고 나온 망태 속을 보니까 신기하기도 합니

다. 그 새에 바다 밑에 있는 청각, 산호 같은 물멍거지, 전복 이런 것들을

많이 잡아가지고 나왔습니다. 전복과 물멍거지는 갓 잡은 것이라 살아서 꿈

틀꿈틀 합니다.

그들은 당장에 먹어 보라고 물멍거지를 돌로 깨뜨리고, 속에 있는 굴 같고

코 같은 것을 내주므로 얼굴을 찡그리며 먹어 보니까, 다른 이들은 모두 좋

다 하는데 내 입에는 비린내만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물 속에 들어가도 물 밖 세상과 똑같이 무엇이든

지 환하게 보이고, 물 바닥은 마치 육지와 같이 바위도 있고, 모래밭도 있

고, 반질반질한 곳도 있고, 풀 난 곳도 있다 합니다. 그래 안경을 쓰고 입

을 다물고, 숨을 안 쉬면서 손에 꼬챙이 같고 칼 같은 연장을 들고, 물 속

으로 들어가면 바위에 해삼이나 전복이 꼭 붙어 있는 것이 보이므로 연장으

로 떼어서 이편 손에 옮겨 들고 또 다른 것을 떼고 떼고 한답니다. 그렇게

다닐 때는 어여쁜 생선들이 이리저리로 헤엄쳐 다니는 것도 눈에 잘 보이

고, 제일 물 속에서는 몹시 가벼워서 조금만 몸을 으쓱하면 저쪽 먼 곳으로

떠간다 합니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입은 꼭 다물고 호흡을 그치고 있으

므로 금시에 숨이 터지게 되어, 그 지경이 되면 위험하게 되니까 손에 아무

리 가진 것이 많더라도 모두 팽개치고라도 그냥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여러 번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동안에 몸은 몹시 추워서

흐득흐득 떨려 못 견디게 되므로, 미리 배에 장작불을 피워서 물 위에 띄워

놓았다가 물 위에 나오는 즉시로 몸을 장작불에 쪼여 말린다 합니다. 그런

데 살에 불이 닿도록 쪼여도 뜨거운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물 속으로 아무리 다녀도 별로 무섭거나 겁나는 일은 없지만, 다만 한 가

지 느치라는 것이 손에 달라붙거나 술차라는 것에게 찔리면 대단히 곤란하

고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험해진다 합니다.


〈《어린이》 1925년 8월,《소파 전집》(박문 서관 간) 대조〉





26.서귀포의환상.jpg 26. 서귀포의 환상, 이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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