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가는 얍삽한 오리이야기(sneaky duck)
안녕하세요. 호곤 별다방입니다. 호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의 노래가사(어린이날 방정환, 황소그림 중섭)에 나오는, 두 위인을 <방정환 글 이중섭 그림 호곤 엮음>으로 연결합니다. 어린이날의 창시자 소파 방정환과 대한민국의 서양화가 대향 이중섭의 공통점은 어린이를 많이 표현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아동문학가 소파(小波) 방정환 Bang Jeong-hwan(1899.11.09. ~ 1931.07.23. 향년 31세)
서양화가 대향(大鄕) 이중섭 Lee Jung-sub(1916.09.16. ~ 1956.09.06. 향년 39세)
오늘은 물속에서 놀다가 달밤에 잠자러 집으로 돌아간다는 오리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귀먹은 집오리와 귀먹지 않은 집오리가 등장하는데요. 어떤 놈이 얍삽한 오리일까요. 끝까지 들어보세요. 짧지만 여운이 긴 동화입니다.
널따란 연못에 하얗고 어여쁜 집오리 두 마리가 길리 우고 있었습니다. 두 마리가 모두 수컷이고, 모양도 쌍둥이같이 똑같았습니다.
그중 한 마리는 불쌍하게 귀가 먹어서, 사람의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다른 놈은 귀가 몹시 밝아서 사람들이 가는 소리로 소근거리는 소리까지 잘 알아들으면서도, 귀먹은 오리를 잘 보아주지 아니하고, 늘 속이기만 하였습니다.
매일 세 차례씩 주인집 아이가 연못가에 나와서, 땅 위에 먹을 것을 줍니다. 그때마다 귀 밝은 오리가,
“사람이 먹이를 줄 때 잘못 어릿어릿하다가는 잡히기 쉬우니까, 내가 먼저 가서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 보아서, 위험하지 않거든 부를 것이니, 그때에 오라.”
고 속이고 제가 먼저 가서 싫도록 먹은 후에, 겨우 귀머거리를 불러서, 나머지를 먹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귀머거리 오리는 속는 줄도 모르고, 대단히 친한 동무로만 믿고, 날마다 찌끼만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 줄을 모르고 주인집 아이는 잡힐 줄 만 알고 있는 귀머거리를 ‘저 오리는 웬일인지 길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저녁때, 주인 영감이 연못가에 와서 먹이를 뿌리면서,
“이 오리는 두 마리가 다 알을 낳지 않으니까, 오늘은 한 마리를 잡아먹어야겠다.”
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소리를 벌써 알아듣고 귀 밝은 놈이 계교를 내서 귀머거리를 보고,
“여보게, 오늘은 잡힐 염려가 없으니 같이 가세.”
하였습니다. 귀머거리는 속는 줄은 모르고 즐겨하면서, 귀 밝은 놈을 따라 함께 먹으러 나갔습니다. 먹이를 한참 먹고 있노라니까, 별안간에 주인이 달려들면서, 오리를 잡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런 줄 미리 알고 귀 밝은 놈은 처음부터 눈치만 채고 있다가, 얼른 연못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잡힌 것은 불쌍한 귀머거리였습니다. 귀 밝은 놈에게 속은 줄은 알지 못하고, 날개를 잔뜩 붙잡힌 채로 매어 달려서 푸덕거리면서 소리쳐 울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주인 아이가 쫓아와서,
“아버지, 그 오리를 왜 잡으셨습니까? 길도 잘 들었는데…….”
하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그 오리가 늘 먼저 나와서 먹이를 잘 먹는 오린 줄 알고, 물속에 있는 오리는 늘 나중에 나오는 오리여서, 오늘도 이때까지 아니 나온 줄 알았습니다. 주인 영감은 아이를 보고,
“알을 아니 낳으니까 잡아먹으련다.”
하니까, 아이는,
“그 오리는 길도 잘 들고 귀여우니 놓아주시고, 잡으시려면 저 연못에 있는 놈을 잡으십시오. 저놈은 길도 안 들고 먹이도 나중에 나와서 먹는 놈이니까요.”
하였습니다.
주인은 그럼 길 안 든 오리를 잡기로 하자고, 그 잡았던 오리 발목에 헝겊을 감아서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이렇게 길 잘 든 놈은 표를 해 두었다가, 이따가 밤에 자러 들어가거든 발목에 헝겊 없는 놈을 잡으면 된다.”
하였습니다. 물속에서 귀 밝은 놈이 벌써 알아들었습니다. 애써 계교를 내어, 귀먹은 놈이 잡히도록 하였더니, 이번에는 제가 잡히게 되었으므로, 또 계교를 내었습니다.
그래서, 귀먹은 오리를 보고,
“여보게, 자네 큰일 났네. 자네 발목에 맨 헝겊이 바로 오늘 밤에 잡혀 죽을 표일세. 지금 얼른 풀어 버리게.”
하였습니다. 그래도 귀머거리는 꼭 그걸 풀면 제가 죽게 되는 줄을 모르고, “아르켜 주어서 대단히 감사하이.”
하고, 절을 하면서 입으로 그 헝겊을 풀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귀 밝은 놈은 속으로, ‘옳지, 이제 됐다.’하고 기뻐하면서, 던지는 그 헝겊을 제 발목에다 매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매려고 애를 써도, 자기 입으로는 매어 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좋을까?’ 하고 이 궁리 저 궁리하고 있는데, 그동안에 벌써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어두워 갑니다. 하는 수 없이 귀 밝은 놈은 또 다른 꾀를 내어, 귀먹은 오리를 잡히게 하려고,
“여보게, 오늘은 자네가 먼저 들어가 자게. 나는 사람들이 무슨 의논을 하는지 듣고 와서 자겠네…….”
하였습니다. 귀머거리는 안심하고 자러 들어갔습니다.
그것을 보고 귀 밝은 놈은 ‘옳지 인제 저 놈만 잡히게 되었다.’ 생각하고 즐거워하면서, 저는 연못가 으슥한 곳에 가서 숨어 앉아서 귀머거리가 잡혀 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밤에 연못가에서 ‘끼룩끼룩’ 하고 괴롭게 오리가 우는 소리가 나므로, 주인과 그 아이가 뛰어가 보니, 오리 한 마리가 집에 들어가지도 안고 연못가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 자빠져 있었습니다. “에에, 족제비에게 물려 죽었구나……. 그러나, 마침 발에 헝겊 없는, 길 안 든 오리였다.” 하고 주인이 말하니까, 아이가 오리집을 들여다보고 나서, “아버지, 이 오리에도 헝겊이 없습니다.” 하였습니다. 귀 밝은 놈이 여러 번 귀머거리를 죽게 하였으나, 결국 제가 죽은 것이었습니다.
<《어린이》 3권 5호, 1925년 5월호, 소파>
어문 출처: 귀먹은 집오리, 방정환(1899.11.9~1931.7.23), 공유마당, 만료저작물, 1925년 5월
이미지 출처: 달밤, 이중섭(1916.~1956.9.6), 공유마당, 만료저작물, 창작 연도 미상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아동문학가 방정환과 서양화가 이중섭을 연결하는 호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