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배부르고 누울 자리 보이면 바로 잠들기
배가 고파서 식당에 아이와 함께 간다. 아이는 많이 놀았고 조금 먹다가 배부르다 싶으면 낮잠시간을 놓쳤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기댄 채 잠들어 버린다. 심지어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그대로 눈을 감는다. 바로 취침. 4년째 이런 일이 생기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전문가들은 아기의 수면교육은 4~6개월 이상 된 아기라면 부드러운 수면 교육 기법들을 사용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에게 수면교육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백일이 조금 지날 무렵부터였다. 낮잠시간에 항상 같은 자장가를 들려주며 수면 루틴을 구축하고 안전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 다음 소음을 최소화하고 밝은 빛을 피해 눕힌다. 기저귀가 축축하다면 미리 갈아주는 것도 좋다. 수유직후라면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낮잠을 재우려고 할 때마다 아이는 벌떡 벌떡 일어났다. 눕혀놓으면 뒤집고 앉았다. 그런 아기에게 엄마는 자장가를 들려주고 수면용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수면교육을 하는데 아이는 엄마가 놀아주는 줄 알고 오히려 신나 했다.
누워서 자는 낮잠시간이라고 말로 타일러도 안될 때면 아이의 등짝을 한 대 때리기 시작했다. 퍽! 맷집이 좋은 아이는 으앙~하고는 이내 말을 들었다. 누우라면 누웠다. 그렇게 등짝을 맞고 훌쩍거리며 잠이 들었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식당에 가서 배부르면 알아서 잔다. 5살이 되니 이제 맞지 않아도 졸리면 잠이 든다.
아이가 스스로 잠이 드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잠투정도 따로 없다. 피곤해서 지칠 만큼 실컷 놀았다 싶고 배가 부르면 잠이 든다. 그런데 이때 밥 먹으라고 깨우면 난리가 난다. 잠투정 시작이다. 떼를 쓰고 안 되는 일은 안 돼서, 되는 일은 안될 때까지 계속 억지를 부린다. 아이가 잠들면 절대 깨워서는 안 된다. 최소한 1시간은 자고 일어나야 아이의 컨디션이 개선된다. 적어도 우리 아들은 그렇다.
문제는 식당에서 아이가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나오면 돈가스를 두세 점 정도 먹었을까? 잠들기 좋을 정도로 배가 부르면 아이는 바로 누워 스르르 잠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에너자이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던 녀석이 금세 스위치가 꺼진 인형처럼 벤치형 의자가 있는 곳에서는 바로 옆으로 누워 잠들어 버린다. '엄마 졸려'라는 말도 없이 1인용 의자가 있는 곳에서는 뒤로 기대고 눈을 감는다. 엄마는 수저를 놓고 세팅하며 먹을 준비를 하다가 가만히 있는 아이를 보면 잠들어 있다. 혹시나 깊이 잠들어 아이가 한쪽으로 쓰러질 까봐 깜짝 놀란다.
이때 식당에 1인용 의자만 있을 때는 양옆으로 의자를 붙인다. 아직 109cm가량의 키라 다리를 조금 구부리면 의자 2개에서 충분히 누워 잘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하나 싶다. 낮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하루 정도는 건너뛸 때도 있다. 외출할 때 유모차를 갖고 가지 않으면 가끔 갑작스러운 아이의 낮잠으로 난감한 일이 생긴다. 그렇다고 낮잠을 잘 것을 예상해 유모차를 가지고 외출하면 그날은 절대 낮잠에 빠지지 않는다. 세상은 요지경, 육아도 요지경이다.
지난 주말에도 멀리 외출을 했는데 처음 가는 곳이라 신기한 게 많은지 낮잠을 건너뛰더니 저녁 먹고 오후 7시 30분에 바로 잠들어버렸다. 그것도 식당에서!! 그 먼 거리에서 유모차가 있어서 다행이지 없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현재 55개월 남아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