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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Aug 14. 2024

조용한 버스에서 혼자 큰소리로 노래하기

ep.17 아이는 기분이 좋아 흥얼거릴 뿐

대한민국 경기도의 도심에 사는 우리는 어린이집을 버스를 타고 등하원한다. 그것도 대중교통인 시내버스로 말이다. 버스로 네 정거장 정도의 거리지만 안 막히면 10분, 출퇴근시간에 막히면 30분이 되는 거리이다. 버스를 타는 시간만 그렇지 기다리는 시간도 짧으면 1분에서 길면 15분가량 기다려야 한다. 아들은 엄마와 버스로 등원한 지 2년째 되어간다. 처음에 만 2세이던 아이를 데리고 버스를 탈 때 어찌나 난감했던지.


버스 안은 조용하다. 아이는 시끄럽다. 둘이 만나면 조용한 버스에서 아이가 시끄럽다. 어린이집에서 잘 지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퇴근길 버스 안은 대부분 조용하다. 각자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 창밖을 보는 사람들, 어딘가 기대고 조는 사람들뿐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들은 이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다행히 우리가 앉을자리가 있었다. 아이는 조용한 버스 안에서 혼자 노래하기 시작했다.


곰 세 마리가 한 잡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아빠곰은 뚱뚱해

엄마곰은 날씬해

아기곰은 너무 귀여워

으쓱으쓱 잘한다.


노래를 그만하라고 해도 소용없다.

"버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해. 그만해"라고 말할수록 아직 영유아인 아이의 목소리는 더 커진다.

심지어 아이 입을 엄마가 손으로 막아보았다.

"오오오~아아아~" 아이는 노는 줄 알고 신이 나서 더 크게 노래를 부른다.


귀엽다는 모습으로 보는 어르신들, 시끄럽다는 눈짓을 보내는 젊은이들, 난감해하는 엄마, 신나는 아들, 벌써 도착이다. 얼른 내려야겠다. 버스에서 내리는 일이 해결책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3번을 넘기지는 않았다. 버스 안에서 이렇게 노래를 세 번 정도 부르더니 그다음부터는 창피하다는 걸 알았는지 조용해졌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버스 안에서 조용히 대화한다. 많이 컸다. 잘 커줘서 고맙다 아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https://www.pexels.com/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는 사람 https://www.pexels.com/



스리 랑카 버스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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