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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곤 Aug 19. 2024

유모차 타고 부서져라 마구 흔들어대기

ep.18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잠 좀 자라 아가야

오늘도 우리 아기는 혼자 남아 잠들지 않고 유모차를 부서져라 마구 흔들어댄다. 공원으로 나와 산책을 하더니 아기는 저쪽으로 가고 싶은데 엄마가 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다. 공원을 더 돌고 가야 하는데 엄마는 집으로만 가려고 하니 아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기는 낮잠을 곤히 자고 있으면 좋으련만 어린이집에서라면 낮잠에서 깰 시간이 되도록 잠들지 않는다.


엄마는 누나가 학원에서 올까 봐 마음이 불안하다. 학원에 다녀온 초등학교 누나의 간식을 챙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 저학년인 누나는 혼자서 뭘 챙겨 먹지 않는다. 입도 짧아서 이것저것 주어야 그중에 하나를 집을까 말까 하기 때문이다. 입 짧은 녀석 살 찌우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중 하나이다.


세상에 태어난 지 삼 년쯤 되었을까 우리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된 누나보다 힘이 더 세졌다. 스스로 먹거리를 찾고 처음 보는 음식은 모두 입에 대어보기를 좋아하는 아들이었다. 배가 고프면 스스로 먹고, 우유를 즐겨 먹었다. 남자이지만 아가 힘이 그렇게 센 줄 처음 알았다. 야리야리했던 첫째 딸과 다르게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들이 든든했다. 한편으로 힘센 아들을 통제하는 엄마도 힘이 들었다. 그 힘을 이기고 훈육하는 일은 너무나 고되다. 어느새 엄마도 근육이 붙었다.


어느 날은 유모차를 태워 공원에 갔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방향을 틀었는데 아기가 싫다며 유모차를 탄 채로 부서져라 좌우로 마구 흔들어대는데 아이를 실은 유모차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바퀴 부분과 아이가 타는 부분이 분리가능한 스토케 유모차였다. 나름 디럭스유모차로 튼튼한 유모차로 불리는 제품이었지만 힘센돌이에게는 하나의 구조물일 뿐이었다.


당근으로 구매한 스토케 V3 유모차


어느 날은 유모차에서 내리겠다며 떼 부리는 걸 말리려고 그대로 뒀더니 어머나, 유모차 잠금장치를 세 살 아기 손으로 풀어버렸다. 아이는 못 풀게 나름 센 힘을 들여야 풀리는 안전장치를 해두었겠지만, 하나의 의지로 될 때까지 해내는 아이에게 힘이 더해지니 그냥 풀려버렸다. 그날로 바로 해당 스토케는 당근행이 되었다. 우리 힘센 아이를 지켜주지 못하니 '이제 태어난 신생아를 위해 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말이다.


그 뒤로 힘센 아이가 좌우로, 앞뒤로 흔들어도 덜 불안하고 더욱 튼튼한 유모차를 찾아 삼만리 하게 되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유모차를 정말 열 대는 갈아치운 듯하다.


야리야리한 딸을 키울 때 쓰던 맥클라렌 유모차가 성장이 빠른 아들에게는 너무나 좁아서 바꾸고, 지인에게 물려받은 콤비 휴대용 유모차는 우람한 아들에게 엉덩이가 너무 좁아서 치웠다. 조금 더 튼튼하고 단단하고 무거운 유모차로 돌고 돌아 아들이 55개월이 된 지금은 딸아이를 키울 때는 잘 몰랐던 두 대의 유모차로 정착했다.


영유아검진을 하면 또래에서 상위 20%에 속하는 아들을 위해 이동할 때는 접어서 보관이 편리한 '타보유모차'와 조금 무겁지만 차에 실릴 정도로 접히면서 튼튼한 '어보 2 유모차'로 정착하게 되었다. 혹시 힘이 센 아들을 둔 부모라면 이 두 유모차를 참고해 두기를 바란다.


차에 접어서 부피를 줄여 보관하기 좋은 타보유모차는 안전벨트 보조역할을 하는 T바가 있어 아이는 재미난 지 잘 탄다. 집 근처에서 다닐 때는 어보 2 유모차를 이용한다. 급하면 부피가 크긴 하지만 접어서 차에도 실리고 엉덩이 부분이 꽤 넓어 우람한 아들에게도 편안한 모양이다. 장바구니가 튼튼해 장 보러 이동하기도 편리하다. 힘센 아들의 유모차 정리는 여기까지.


딸아이가 스토케 유모차를 처음 본 날 저녁 그려준 하늘색 스토케유모차그림
힘센 아들이 타고 마구 흔들면 흔들리는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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