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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합시다

ep.20 밥은 어린이집에서 다 먹었다며 집에서는 간식만 먹기

by 호곤 별다방

가끔 교육적인 영상을 보면 아이와 밥상머리 교육을 하라고 한다.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예절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한다. 허나 우리 집 아들에게 밥상머리교육은? ‘개나 줘버려 ‘이다. 아들이 우리 집 밥상에 예쁘게 앉아 밥을 먹을 때는 잠들기 전에 뭔가 허기진 느낌이 있을 때 찾는 김에 싼 맨밥이 전부이다.



평소에 네 가족이 식사를 하려고 밥상에 둘러앉으면 둘째인 아들은 밥상 위로 아이패드를 가져오거나 TV를 보는데 집중하기 시작한다. 밥상머리가 지루한 것이다. 정말 배가 고플 때도 있지만 서너 숟가락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며 일어나기 일쑤이다. 아직 어른의 1/3 정도 크기의 아이의 주먹만 한 위를 채우는데 그 정도 양이면 충분한 것이다.



우리가 어릴 적에 배웠던 밥상머리 교육은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숟가락을 들지 않고, 어른이 숟가락을 놓은 다음에야 숟가락을 놓지 않았던가. 이게 밥상머리 교육이라면 우리 아들은 대 실패이다!! 예전 어른들은 어떻게 아이에게 밥상머리 교육을 시켰을까? 두 눈을 부릅뜨고 혼을 낸 것일까? 아, 2025년을 사는 나는 못 해 먹겠다.


엄마도 아빠도 배가 고파서 식사를 차렸다. 허기가 진 상태에서 얼른 식사를 하고 싶은데 밥상머리 교육을 한다고 둘째를 제자리에 앉히려고 실랑이를 하다 보면 최소 10분에서 30분이 금방 지나간다. 솔직히 엄마가 배고파서 못하는 밥상머리 교육이다. 만약 엄마가 식사를 먼저 하고 배가 부를 때는 소리치면서 아이패드를 내려놓으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씩씩거리면서 앉았다가 다시 몸을 배배 꼬고 배가 고프지 않다며 다른 방으로 사라진다. 결국 아이와 타협점은 밥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먹는 것이다.



아들의 식사는 빵이 될 수도 있고, 젤리가 될 수도 있고, 치킨 또는 우유가 될 수도 있다. 정말 위가 콩만 해서 금방 배부르다는 녀석이 신기하다. 그래도 똥은 큼직한 바나나를 만들어 내는 아들을 보면 적어도 어린이집에서는 식사를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초등 고학년이나 가능한지도 모른다. 적어도 초등 고학년인 누나는 말이 통하고 아이패드 없이 엄마아빠와 대화하며 식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원시간에 쫓겨 혼자 밥 먹을 때는 아이패드가 그녀의 친구인 건 안 비밀이다.


아들 딸이 일어나기도 전에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는 아빠가 있어 아침은 아이들만 먹게 된다. 점심은 각자 급식으로 해결한다. 겨우 네 가족이 모여 가능한 밥상머리교육은 저녁식사인데, 오늘도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밥을 다 먹었기에 오늘 저녁은 빵만 먹겠다고 한다. 그래, 우리 싸우지 말자. 평화로운 저녁시간이 흘러간다. 너의 초등생활이 기대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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