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여행 주간11월 4일까지무료관람…'안녕하신가영' 추천해
2018-10-30 04:36:56 최종 업데이트 : 2018-10-31 14:36:34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2018 가을여행 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10월 20일부터 11월 4일까지다. 이번 주말이 마지막 행사기간이다. 지역 곳곳에서 무료관람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수원에서는 수원화성 성곽 및 화성행궁 관람이 무료이다. 주변에 있는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 역시 무료관람 중이다. 주말에 화성행궁을 찾았다가 미술관에 잠시 들러보았다. 기획전시중인 <김학두: 매 순간, 영원히> <자연스럽게> <안녕하신가영>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무료입장이지만 1층 안내데스크에 들려 무료입장권을 받아야 전시실에 입장할 수 있다. 이 무료입장 티켓은 주차 할인으로도 연계되니 차를 가져왔다면 꼭 챙겨야 한다. 티켓을 받고 1층 카페 우측의 전시실로 가니 티켓을 확인하면서 전시실 동선에 대해 친절히 알려준다. 1층의 두 전시실을 감상한 뒤 2층으로 올라가 두 개의 전시실을 관람한 뒤 1층의 다른 전시실을 감상하면 마무리된다고 한다.
첫 번째 전시실은 <김학두: 매 순간, 영원히>라는 전시였다. 김학두 작가는 1924년생으로 충청도에서 태어나 수원여고, 동성여중 등에서 수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미술교육자로서 교편 활동을 하던 중에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지속한 예술가였다. 인터뷰 동영상을 보니 희끗한 머리에 아주 정정한 모습이었다. 현재 90세가 넘는 나이로 활동하시는 모습이 비디오로 담겨 본인의 작품과 과거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 두 개의 모니터로 각각 비춰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뒷면의 큰 스크린에는 젊은 시절 김학두 작가의 모습과 작품들이 보이고, 우측 하단의 작은 화면에는 인터뷰하고 있는 현재 94세의 김학두 작가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인터뷰하며 보조설명을 배경이 되는 큰 화면에서 하고 있어 더욱 이해하기 쉬웠다. 김학두 작가의 작품들은 아이처럼 자연의 소박한 서정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작가의 글씨체가 담긴 노트를 살펴보면 왼손으로 쓴 듯한 필체를 보이지만 그림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보여 놀라웠다.
두 번째 전시실에는 <자연스럽게, of Nature>라는 제목으로 '강주리, 김승영, 김이박, 박천욱, 이해민선, 옵티컬 레이스, 전현선, 정희승, 최병석, 홍나겸, Simone Hooymans, Gerry Lagendyk' 등 많은 작가들이 참여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모습과 반면 부자연스러운 우리들의 모습 또한 전시 중이었다.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남극에 다녀온 경험을 작품으로 표현한 김승영의 '깃발, 2012-2018'이라는 작품은 푸른빛과 하얀 눈으로 덮인 남극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빨간 깃발이 꽂힌 남극은 아무것도 없다. 그곳에 가려고 결심하고 다녀온 뒤 남아있는 감상에 대해 적어둔 메시지가 허무하지만 나도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해외에서 생활이 궁금해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생활하고 있다. 아무 변화 없어 보이지만 다녀오기 전과 나는 분명히 다른데 설명할 길은 없고 사진으로만 그곳을 추억한다는 내용이다.
홍나겸 작가의 'Digital forest'라는 작품은 영상과 조명, 하늘거리는 긴 조각의 천이 여러 개 펄럭이는 곳을 먼저 지나온 후 영상을 감상하는 독특한 방법의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나풀거리는 천이 산들바람처럼 흔들리는 작품 속을 직접 걸어보니 숲을 산책하다가 산에서 길을 잃는 느낌, 되돌아와 자리에 앉아 감상하니 정말 그곳에 가있는 듯한 느낌과 숲에서의 느낌 모두를 도심 한복판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영상에서는 용산역에서 지하철인지 기차인지 알 수 없는 교통수단을 타고 여행하면서 시작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여러 소음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공원과 진짜 숲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만약 어디가 아파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인데 숲에 가고 싶다면, 병원 한 공간에 이런 시설을 만들어두면 마치 숲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을 듯했다. 영상도 두 가지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빔 프로젝트가 양방향으로 쏘여 있어 정면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흰 벽에 비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반대편에는 하늘거리는 긴 조각의 천에 살랑살랑 비치는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세 번째 전시실은 2017년 6월부터 전시 중인 '나혜석 기념홀'이었다. 전시기간이 1년이 넘어서인지 나혜석 주요 어록이 거울로 비쳐야 하는데 거울의 위치가 바뀌어 문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어 아쉬웠다.
마지막 전시실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가 화성행궁 방향에 있었다. 2018 작가 발굴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제목으로 '김지희, 박수환, 현지윤'이라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작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존재와 실존의 문제를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 기획전이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청년 작가들은 수원을 비롯하여 오산, 화성 등 인근 도시에서 활동하거나 연고를 둔 작가들 중 선정되었다고 한다. 모든 전시가 볼만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이 전시만은 꼭 보기를 추천한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화려한 그림이 눈에 띄었다. 선글라스와 왕관을 쓴 여자의 얼굴이었는데 예뻐서 한눈에 반했다. 그런데 제목을 보니 내 생각과 전혀 다른 제목이었다. 순간, 아 나는 이런 허상을 좋아하는 속물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대는 치장된 외모로만 판단하는 세상임을 오히려 뒤집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낀 작품에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어 김지희 작가의 선글라스를 쓴 작품들에 애정이 갔다. 처음에는 김지희 작가는 눈을 그리는 게 어려워서 모든 작품들이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쓴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새터민들의 마음을 담아내는 작품을 보며 그녀의 독특한 발상이 더 깊이 있게 다가왔다.
박수환 작가의 작품은 유명인의 사진 등을 두 점의 액자로 만들어 한 점은 유명인에게 보내고, 한 점은 작가가 갖는 독특한 발상을 한 작품이 전시되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정말 백악관으로 보냈더니 수령해서 작가의 작품 한 점과 발송된 택배 용지가 전시 중이었고, 축구선수 중 한 사람은 국제 배송으로 보냈건만 다시 되돌아와서 택배 용지와 함께 두 점 모두 전시 중이었다. 김정일 사진도 두 점 전시 중이었지만 택배 용지가 함께 전시되지 않은 것을 보니 아직 배송하지는 않은 듯하다.
한쪽에는 아파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우리가 아파트 속에 들어가면 흔히 보는 풍경이다. 베란다에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고 무한 반복되듯 1층부터 꼭대기까지 같은 모습으로 계속되는 아파트 베란다의 모습,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그 공간이다. 저렇게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우리는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현지윤 작가의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과 '어랍쇼'라는 동영상은 코믹 요소가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어랍쇼'라는 영상을 다 보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지만 우리 부모님과 겹쳐지면서 그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아픔을 지녔고, 사실 본인들의 몸도 아파 병원신세를 한 번 이상 겪었을 분들이 밝게 춤추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슬퍼 보였다. 함께 본 아이는 동영상을 보고는 어떤 할머니의 개다리춤을 열심히 따라 한다. 내가 어릴 적에도 개다리춤은 아이들이 잘 추었는데, 이 꼬마의 눈에도 개다리춤이 재밌어 보였나 보다.
어느새 오후 7시가 되어 전시실을 마감할 때라고 한다. 하절기에 속하는 10월에는 7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동절기가 되는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번 주말까지 무료관람이 가능한 멋진 작품이 기다리는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으로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당일 미술관 티켓을 소지하면 무료주차가 가능하고 77대까지 주차 가능한 미술관 지하주차장은 매력적이다. 1층에는 카페가 있어 따뜻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날씨가 좋다면 옥상공원에서 바라보는 서장대와 화성행궁 전망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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