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지대~수원종합운동장 구간 주말 도로통제 후 도보행렬 이어져
2018-10-07 16:25:03최종 업데이트 : 2018-10-29 08:54:46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올해는 정조대왕능행차 공동재연 현장을 직접 가보고 싶었다. 수원구간은 노송지대~수원종합운동장 구간이 첫번째 능행차 구간으로 수원입성 환영식이 거행된다. 오후 2시 40분부터 3시 20분까지 40분 가량 진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는 4.5km되는 구간의 행렬을 직접 따라가 보기로 했다. 304명의 출연진과 말 60필, 그리고 취타대 1팀이 함께 하는 구간이었다. 행사 30분 전에 네비게이션에 노송지대를 검색한 뒤 도착했을 때 지지대고개에서 노송지대로 진입하는 구간은 벌써 통제된 상태였다. 멋진 말을 보며 걷고있는데 하늘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고개를 들어보니 2대의 드론이 하늘 위에 떠있다.
노송지대에서는 풀 뜯고 있는 말이 평화로워보였다. 앞에서는 마이크를 들고 사회자가 정조대왕능행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정조대왕능행차'로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위치를 생중계해준다고 한다. 세상에서 이렇게 많은 말을 눈앞에서 보는 건 태어나 몇 번 없는 일일 것이다. 몇 분이 지났을까,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말 한마리에게 주사를 놓았다. 무슨 주사일까 갑자기 말들에게 불쌍하다는 마음이 전해졌다. 행사를 위해 진정제같은 주사를 놓은걸까. 나는 말을 보는 일이 즐겁다고만 생각했지 그 뒷일은 알지 못했다. 말 뒤에는 커다란 삽을 들고 말똥을 치우는 사람도 보였다. 덩치 큰 말을 행사에 내보내려니 보이지 않는 수고도 많은 듯 하다.
행사 말미를 살피고나니 선두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져 길게 늘어져 대기하고 있는 행렬을 따라 걸어보았다. 중간에는 깃발을 들고 있는 모습과 마차도 보였다. 행사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복장을 차려입고 대기하는 듯 했다. 긴 팔의 한복차림이라 지금이 더운 여름이 아닌 선선한 가을날씨여서 다행이었다. 맨 앞에는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보니 포토존처럼 사진이 잘 나오는 곳인가보다. 각종 신문기자들이 대기 중인듯 하다. 조금 더 가보니 경찰차와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시민들은 도로옆에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길가던 가족들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도로에서 행렬을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2시 40분, 드디어 취타대 소리와 함께 정조대왕능행차가 시작되었다. 선발대의 말 한마리가 앞이 아닌 자꾸 옆으로만 간다. 말에 탄 사람이 어찌할 바 몰라하자 옆사람이 말에서 내려 말을 끌고 가라고 알려준다.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말에 타서 손 흔들며 행진하고 싶은데 왜 말이 안따라주나 싶은 듯한 표정이다. 말은 사람이 내리니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취타대 뒤에 깃발을 든 사람이 보이고 행렬을 따라 나도 걷기 시작했다. 경찰이 교통을 통제한 상태라 행렬을 따라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잠깐 사진이라도 몇 장 찍으면 금새 뒤쳐지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뛰는 듯이 걸어야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 부지런히 걸어가 행렬의 중간쯤 가다보니 백마탄 정조대왕이 보였다. 정조대왕은 혜경궁 홍씨의 가마 앞에 가고 있었다. 혜경궁 홍씨 가마 뒤에는 정조대왕의 두 누이가 탄 가마가 따라오고 있었다. 1시간 가량 행렬을 따라 걷다보니 기다리던 시민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흥미로웠다. 도로 옆 매장에서 앞치마를 입은 채로 나와 말과 궁중복장을 입은 채로 지나가는 행렬의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찍으시는 할머니, 아이와 나란히 앉아 감상하는 가족들, 건물 위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놓고 내다보는 시민들, 2층 정도 되는 높이의 놀이터 벤치에 열명 남짓 쪼르르 걸터앉아 구경하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웃는 모습으로 환영하는 얼굴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였다.
차로만 달리던 길을 행렬을 따라 나도 걷고 보니 도로와 거리의 간판들이 따로 노는 듯 하면서 어색하게 한 자리에 있는 느낌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길거리의 시민들이 지인과 나누는 목소리도 들렸다. 누군가 "작년에도 봤는데 깃발이 한문으로 쓰여져 있어 무슨 글자인지 못 읽었는데 올해는 한글로 정조대왕, 혜경궁홍씨 등 깃발이 보여 좋네"라는 얘기가 귀에 꽂혔다. 그리고 마지막 깃발을 보니 한글로 병조판서라고 적혀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변화다. 자리에 앉아서 행렬을 보던 시민은 "기다리던 시간에 비해 너무 빨리 지나가 행렬이 벌써 끝났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어~ 무슨 행사를 하나보다'하고 자리잡아 보려는데 벌써 행렬은 끝나고 청소차에 이어 뒤따라 오던 시내버스가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펼쳐진 이벤트에 약간 더 치중해 재미를 더하자면 에버랜드에서 하루 두 번씩 진행하는 퍼레이드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30분 정도 지나가는 퍼레이드인데 중간중간 멈춰서서 춤을 추며 공연을 하고 지나간다. 도로에 앉아 퍼레이드를 기다리던 아이들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정조대왕 능행차도 지나가기만 하는 것 외에 중간에 5분 또는 10분마다 멈춰서 2분씩만 춤을 추거나 무언가 놀거리를 한 가지씩 제공하고 가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현대적으로 해석해 말이 아닌 화성어차같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싶다. 도로통제구간을 길게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짧은 구간에서 신나게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송지대처럼 넓은 도로를 골라 행진하고 종료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행렬을 따라 걷다보니 인도와 도로가 좁은 곳에서는 말과 사람이 뒤엉키기도 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데 말이 어느새 고개를 돌려 내곁으로 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위험이 따르는 말은 차라리 먼저 지나가고 취타대와 사람들은 천천히 걸으며 일상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구경 온 사람들에게도 허무하지 않은 무언가 볼거리를 하나만 더 안겨주면 더욱 알찬 행사가 될 것 같다. 노송지대~종합운동장 구간은 행렬이 그냥 지나가기에도 바쁜 구간으로 보였다.
3시 30분이 되자 마지막 행렬까지 드디어 종합운동장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행렬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지나갔다. 후미에 쫒아가서일까 정조대왕은 어느새 백마에서 내려 누군가 그 말을 끌고 가고, 정조대왕은 퇴근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정조대왕 능행차를 한 옛날 사람들은 관광버스를 타고 각자의 행선지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바로 시끄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사물놀이 등 준비된 다른 팀이 화성행궁으로 향하는 반대편 길로 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정조대왕능행차 노송지대에서 종합운동장까지 행렬은 순식간에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정조대왕능행차 행렬 뒤에는 청소차가 바로 뒤따라와 말의 분비물 등 도로를 청소하며 마무리했다. 한 시간가량 말을 따라가며 느낀 건 말이 의외로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저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위해 대기하다가 화장실도 못가고 목마른데 물마시기도 힘들지는 않았을까. 마지막 행렬이 끝나갈 무렵, 돌아갈 차량에 대해 걱정하는 말탄 사람의 목소리도 들렸다.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나역시 행렬을 위해 도로를 통제했기에 버스를 타기는 힘들어 통제되지 않는 방향에서 오는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수원에서 이런 큰 행사를 하면 그날 기사님은 더 바쁘시지 않냐고 물어보니, 왕복이 아닌 편도로만 다녀야해서 다른 날보다 오히려 손님이 줄어든다고 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 명이라도 더 행복해진다면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이 멋진 정조대왕능행차의 지속을 위해 필요한 일은 아닐까.
2018정조대왕능행차,말,거리,도보여행,노송지대,종합운동장,배서연
https://news.suwon.go.kr/?p=40&viewMode=view&reqIdx=2018100716250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