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가을밤 수놓은 감성 선율 못 잊어
2018-09-08 21:19:21 최종 업데이트 : 2018-09-09 14:05:32 작성자 : 시민기자 배서연
5년째 진행되는 수원 재즈 페스티벌에 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7일 저녁 활동적인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하다가 광교가 아닌 에버랜드를 찾았다. 아침저녁으로 불과 2주 만에, 매일 켜던 에어컨은 고사하고 새벽녘이면 창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일교차가 커진 것은 짐작했지만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하는 불꽃축제를 보고 나니 마치 겨울처럼 추웠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지인은 낮과 다른 밤기온에 감기에 걸릴 정도였다. 괜히 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8일에는 2018 수원 재즈 페스티벌이 광교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내심 가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 간다면 추운 밤 날씨에 감기에 걸릴까 봐 선뜻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인 찬스가 생겨 아이를 두고 밤에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감상한 수원 재즈 페스티벌은 가는 길이 복잡했다. 광교호수공원 주변 주차공간이 넉넉지 않고 주말이면 주차난이 심하기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광교호수공원과 딱 붙는 위치에 새로 입주한 힐스테이트 광교로 목적지를 말했지만 중간에 광교 중앙역과 맞닿은 광교 자연 앤 힐스테이트 54단지로 가실 뻔한 택시 아저씨에게 정확한 방향을 다시 알려드려야 했다. 원천호수 사거리가 가까워지자 택시에서 내려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옆 호수로 진입 가능한 계단을 내려가 원천호수공원을 만났다.
공원 산책로를 지나 신대호수로 가는 나루터 휴게소 왼편 언덕길에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것이 보였다. 공원에 벌레퇴치제가 있어 옷과 가방에 살짝 뿌려두고 신대호수 방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수원 재즈 페스티벌'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보였다. 계속된 화살표를 따라가니 급경사로가 나왔다. 영차영차 3분 정도 올랐을까 드디어 신대호수로 가는 길에 위치한 '스포츠클라이밍장 앞 잔디광장'이 나왔다. 넓은 잔디광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펴고 편안한 자리를 만들어 감상하고 있었다. 광교호수공원에서 걸어 20분 만에 도착하니 7시 40분이었다.
저녁이 되자 쌀쌀한 날씨 탓인지 군데군데 돗자리를 펼만한 곳이 비어있어 메인무대와 좌우 스크린이 모두 잘 보이는 비교적 앞자리에 돗자리를 펼 수 있었다. 두툼한 점퍼를 입고 준비해 온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꺼냈다. 세팅을 마치고 나니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Bubble song'의 주인공 윈터플레이의 보컬을 맡았던 보컬리스트 Moon(혜원)이 솔로로 독립해 다양한 곡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냥 있어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음악에 취해 저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담요를 덮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커플부터 잠든 아이를 따뜻한 이불로 덮어 옆에 두고 감상하는 부모,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감상하는 팀, 돗자리 위에 누워서 즐기는 사람, 휴대폰으로 감동을 저장하려는 초등학생 등 각자 편안한 자세로 감상하는 그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무대 뒤에는 푸드트럭이 5대가량 있는 듯했다. 옆자리가 한참 비었다가 돌아오는데 떡볶이와 소떡소떡 같은 꼬치를 들고 오는 게 보였다. 피크닉용 의자와 간단한 테이블을 들고 모여 앉아 수다를 떨며 감상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펍 분위기가 느껴졌다. 운이 좋게 공연 두 번째 날인 오늘 초대된 5팀 중 후반부의 3팀이나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8시에 끝난 Moon 다음으로는 미국에서 온 '릭 마 기차 쿼텟'의 공연이 있었는데 준비시간이 좀 걸려서인지 예정된 9시가 아닌 9시 22분에 공연이 끝났다. 관객들의 참여를 희망하며 '나나나 나나나나~'하는 가락을 관객과 함께 호흡하길 원했다. 다음으로 마지막 무대인 웅산 재즈밴드는 9시 34분에 준비된 뒤 소개되었다. 사회자는 웅산 재즈밴드가 준비하는 시간에 내년에 듣고 싶은 신청곡이 있다면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를 찾아 신청하면 되고, 오늘 느꼈던 감동을 담아 격려의 멘트와 내년을 기약하는 응원의 멘트를 홈페이지에 꼭 남겨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드디어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웅산의 첫 번째 곡을 듣자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보면 계속 보게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한다고 소개된 웅산은 함께 온 일본인 1일 홈스테이 대학생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재알못(재즈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무대를 한 번 보고 나니 그녀가 무척 궁금해졌다. 겨우 오늘 세 팀의 재즈 공연을 접했지만 역시 웅산은 관객을 이끄는 힘이 남달랐다. 목소리로 무대를 휘어잡는 빨간 정장을 입은 그녀가 매력적인 밤을 연출했다.
그래도 추위는 이길 수 없나 보다. 지인에게 약속한 10시 출발이 점점 늦어졌다. 공연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함께 온 일행도 춥고 나도 춥다. 10시 10분경 자리를 뜨기로 했다. 앙코르로 Yesterday를 청하라는 사회자의 말을 따르고 싶었지만 다음에 검색해보는 것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다시 광교호수공원을 돌아서 나가기로 했다.
안내지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표기된 광교호수공원 제2주차장은 사람이 붐비고 대로변이라 택시잡기도 어려울 것 같아 '신비한물너미'분수대쪽으로 돌아 광교호수공원 제1주차장 너머 매원초 근처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덕분에 광교호수공원의 원천호수 야경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재즈 페스티벌 덕분인지 곳곳에 조명이 켜진 호수를 산책하는 사람이 많아 어두운 호숫가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매원초 근처 버스정류장을 오가는 버스는 18번 버스인데 37분 뒤에 도착 예정이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택시가 지나가기에 손을 들었는데 그냥 휙 지나가버린다. 다음 택시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살펴보니 수원택시가 아니었다. 아쉬워라. 카카오 택시가 생각나 얼른 어플을 설치하고 불렀더니 4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기사분께서는 법원사거리에 계시다가 호출을 받고 잡으셨다고 한다. 차를 집에 두고 택시를 이용한 덕분에 맥주를 마실수 있었으며 광교호수공원 산책은 물론 편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여러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한 토요일이었다. 내년에도 꼭 시간을 내어 다시 수원 재즈 페스티벌에 참석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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